[세종로의 아침] 로봇의 춤보다 중요한 것들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수정 2026-10-23 00:58
입력 2026-10-23 00:09

춤추고 악수하는 전시장 로봇
일상에선 안전·경제성 과제로
서울 전역 실증 공간 나섰지만
상용화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

로봇이 익숙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관람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어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사람과 악수하는 모습에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눌렸다. 전시장에선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 로봇팔부터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로봇이 기술력을 선보였다. 사람과 테니스를 치는 로봇은 간혹 실수도 했지만 공을 주고받으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6~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SLW) 2026’의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 시연 현장에서다.

전시장을 돌아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로봇들이 과연 일상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화려한 시연은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그것만으로 시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에서 정해진 동작을 선보이는 것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이자 보스턴다이내믹스 창립자인 마크 레이버트 로보틱스&AI 연구소(RAI) 소장도 “전시회에 가면 모든 일이 지금 당장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었다.

전시장에서 선보인 기술이 일상에 자리잡으려면 실제 생활환경에서 안전성과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올해 1월 발표한 ‘피지컬 AI 선도도시’ 비전의 방향은 타당하다. AI 연구개발 역량이 모인 양재와 로봇 실증 거점인 수서를 연결하고, 서울 전역을 기술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도심 테스트베드에 1000억원을 투입하고, 1500억원 규모의 피지컬 AI 특화 펀드도 조성한다. 자율주행 교통수단과 돌봄·재활 로봇, 재난 대응 로봇을 시민 생활에 도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다양한 생활환경이 공존하는 서울 전체를 기술의 시험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도심에서 로봇을 시험한 사례도 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기업 ‘뉴빌리티’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난지캠핑장에서 실증을 진행했다. 당시 공원 출입을 제한하던 규제가 걸림돌이었지만 실증 결과가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배달로봇의 공원 출입이 허용됐다.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은 ‘로보티즈’도 양천구 공원에서 이동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실증했다.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규제 개선의 효과를 실제 생활공간에서 확인한 사례들이다.

다만 실증이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로봇이 보행자와 충돌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공장소에서 수집한 영상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돌봄 로봇의 보급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기술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안전과 책임, 비용 부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로봇이 실증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과 시민이 일상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잡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울시의 역할은 실증과 일상적 활용 사이의 틈을 좁히는 데 있다. 기업에 기술을 시험할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증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실증 과정에서 확인된 규제와 제도적 문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실증 사업의 성과도 로봇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는지만이 아니라 안전성과 경제성, 시민의 이용 편의까지 살펴야 한다.



피지컬 AI의 성패는 로봇이 얼마나 사람을 닮았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령자의 보행을 돕고, 위험한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하며, 시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시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로봇의 춤은 출발점일 뿐이다. 서울이 피지컬 AI 선도도시로 평가받는 날은 로봇이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을 때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일 것이다.

이범수 사회2부 기자

이범수 사회2부 기자
2026-10-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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