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K자동차, 건투를 빈다

하종훈 기자
수정 2026-10-22 01:56
입력 2026-10-22 00:46
中 추격·기술경쟁에 車산업 시험대
제조업 경쟁력·경제 파급 유념하고
위기 앞 정부·기업·노동계 협심하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되자 현대차 주가가 치솟았다. 연초 29만 8500원이던 주가는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으로 6월 장중 78만원대까지 뛰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고점 대비 60%가량 하락했다. 주가가 곧 기업 경쟁력은 아니지만 세계 3위 현대차그룹은 중국차의 추격과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경쟁이라는 시험대에 섰다. 정상권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요즘 한국 경제의 관심은 온통 반도체에 쏠려 있다. AI 열풍 속에 반도체 수출과 실적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높였다. 일본의 0.7%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화려한 산업만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이 바뀌는 지금, 자동차라는 기간산업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자동차 한 대에는 한 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응축돼 있다. 철강·화학·기계·전기·전자에 배터리·반도체·소프트웨어까지 수많은 산업이 맞물린다. 완성차 공장이 흔들리면 협력업체의 일감과 노동자의 월급, 지역 상권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종사자 10인 이상 제조업체에서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이 차지하는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은 각각 11.3%, 11.9%였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시절을 넘어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을 배출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제네시스는 고급차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9월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 대수는 각각 3.7%, 4.1% 늘었지만 중고차 수출 부진 등으로 수출액은 5.5% 줄었다. 축적한 저력은 분명하지만 앞으로도 지금의 지위를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위협은 이미 안방까지 들어왔다. 지난 9월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는 1만 8181대로 국산 전기차(1만 3587대)를 올해 처음으로 앞질렀다. 수입차 판매를 주도한 미국 브랜드 테슬라의 주력 모델도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 BYD는 석 달 연속 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의 월간 내수 판매량을 각각 넘어섰다. 유럽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소비자에게 애국심으로 국산차를 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가격과 품질, 첨단 기술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시장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더 큰 위험은 완성차의 글로벌 성공이 국내 제조업의 성공과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인도 등 해외 생산 확대는 시장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자 동반 진출 부품기업에는 기회다. 그러나 현지 조달과 원산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해외 공장이 늘어도 국내 부품 수출은 예전처럼 따라 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난다. 막대한 투자와 인력이 필요한 전동화 전환 앞에서 중소·중견 부품업체가 뒤처지면 자동차 수출 강국이라는 간판 아래 국내 생산 생태계부터 약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대응이 충분히 빠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자동차와 부품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완성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논의에만 머물 시간은 없다. 국내 투자와 부품업체의 기술 전환, 숙련 인력과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기업은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계도 생산 혁신과 산업 전환에 협력해야 한다.
자동차는 반도체, AI, 배터리, 로봇 등이 결합하는 미래 산업이다.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의 성공과 한국 자동차 제조업의 미래가 서로 다른 성적표여서는 안 된다. 한 번 무너진 산업 기반을 되살리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자동차 강국이라는 자부심만으로 버틸 수 없는 싸움이다. K자동차, 건투를 빈다.
하종훈 산업부 차장
2026-10-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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