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규직 1만명, 비정규직 10만명… 1년 새 더 벌어진 격차
수정 2026-10-22 02:00
입력 2026-10-21 20:51
정년연장·근로시간 등 현안 산적
정치권은 눈치만 보며 결단 회피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867만 1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8.5%로 비중도 사상 최고다. 1년 새 정규직이 1만명 느는 동안 비정규직은 10만 3000명 증가했다. 늘어난 임금근로자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차이도 지난해 180만 8000원에서 올해 194만원으로 벌어졌다.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호가 무색하다.국가데이터처의 어제 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318만명으로 13만 5000명 늘었다. 70세 이상만 129만명으로 40대 전체 비정규직보다 많다. 반면 29세 이하 비정규직은 6만 4000명 줄었다.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비정규직에서조차 청년층이 줄어드는 현실은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거듭 약속해 왔다. 정규직 전환 지원도 재개했지만 기업의 정규직 채용 부담, 대·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 원·하청 간 불균형은 여전하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더 나은 곳으로 옮겨 갈 통로도 좁다.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고착되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성도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리면 신규 채용이 위축될 수 있다. 세대 간 고용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치권은 노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서도 정치권은 제자리걸음이다. 여당에서는 주 52시간제 예외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을 담은 법안과 이를 제외한 법안이 엇갈려 나왔다. 첨단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산업 현장의 요구와 노동자 보호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찾을지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반도체특별법도 노동시간 예외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다 해당 조항을 뺀 채 통과됐다. 언제까지 노동계 눈치만 보며 핵심 쟁점을 피해 갈 셈인가.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에는 불꽃이 튄다. 연구개발 현장에는 업무 특성에 맞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이 절실하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면서 산업 경쟁력도 확보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다.
결단을 미룬 채 찬반 논쟁만 되풀이하는 사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과 부담은 커지고 있다. 당장의 반발을 피하려다 더 큰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
2026-10-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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