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병 더 키운 마크롱…  참다못한 민심 ‘파산 선고’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26-10-21 01:04
입력 2026-10-20 21:37

개혁 대통령 10년에 불타는 佛

법인세·급여세 인하, 부유세 폐지
GDP 120% 수준 국가 부채 떠안겨

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정책 좌초
연금개혁은 강행하다 지지율 급락
노동조합 파업 예고… 사태 장기화
“여기는 리옹”… 폭력사태에 이례적 야간 통금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최악의 폭력 사태로 변질된 프랑스 리옹에서 야간 통행금지령 발령을 앞둔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관광안내소 앞 광장 바닥에 촛불로 도시 이름 ‘LYON’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의 약탈로부터 상점을 보호하기 위해 파리와 릴, 리옹 등 주요 도시에 이날 밤부터 야간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리옹 AFP 연합뉴스


개혁 실패로 점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10년 임기의 마지막해가 ‘불타는 프랑스’와 마주하고 있다. 공교육 환경 악화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와 고물가·민생 위기에 대한 서민·청년층의 분노가 뒤엉킨 이번 시위 사태는 그동안 누적된 정치적 실패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역사상 최연소 나이인 39세에 권력을 잡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른바 ‘프랑스병’을 고치겠다는 선언과 함께 노동시장 유연화, 부유세 폐지, 연금개혁 등을 추진했지만, 사안마다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다. 르몽드는 1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끊임없이 제기된 사회 여론에 일관되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어떠한 타협도 거부한 마크롱 정권의 독선을 지적했다.


유럽연합(EU) 두번째 경제대국인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20%에 달하는 유럽 최고 수준의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다. 기록적인 국가 부채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년간 법인세와 급여세를 인하하고 부유세를 폐지한 탓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정부의 부족한 재정 여력은 교사가 없어 수업을 못 받는 학생들의 분노로 폭발했다.

특히 임기 2년차인 2018년 유류세 인상 조치에 반발한 ‘노란 조끼’ 운동은 초기에는 조세 저항으로 출발했지만, 부유세 폐지로 대표되는 마크롱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며 역대 최장인 1년 7개월간 시위로 이어졌다.

노동시장 유연화 역시 미완의 과제가 됐다. 2000년 사회당 정부가 확립한 주 35시간 노동제를 초과근무 확대로 개선하려 했지만 35시간의 법적 틀을 부수는 데는 실패했다.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약속하며 자유시장 정책을 내세웠으나 부채만 폭발적으로 늘어 내년 예산은 교육·국방보다 빚 갚는 데 더 많이 쓰인다.



2022년 재선 캠페인 때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연금개혁은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이른바 ‘강제 입법’으로 강행되며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 됐다. 지난 2023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한 연금 개혁에 노동계는 반발했고, 하루 최대 100만명의 반대 시위를 낳았다.

‘노란 조끼’ 운동 측은 토요일인 오는 24일 시위를,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들은 다음달 5일 파업과 시위를 각각 예고하고 나서며 이번 시위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각 지역에 통행금지 도입 지침을 전달했다. 약탈이 자행됐던 파리 주요 상점가에는 밤 11시부터 20일 새벽 2시까지 통행이 금지된다. 릴, 니스, 마르세유 등에서도 미성년자의 도심 통행과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다.

윤창수 전문기자
2026-10-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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