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만 치중한 공정위… 조사·심판 분리하고 패소 책임져야” [무소불위 不공정위]

김신우 기자
수정 2026-10-21 01:02
입력 2026-10-20 17:50

5회 공정한 행정제재로 (끝)

공정위 공정성·독립성 확보 해법

‘제재 낙인’ 기업 구제 시급
최종 승패 공시해 기업 명예 회복
제재 실적만 반영한 인사평가 탓
패소 땐 후속 인사에 불이익 줘야

심판 독립성·내부 통제 강화
조사 분리한 심판 전담 조직 필요
전원회의 전 심사보고서 공개 신중
로펌행 전관 유착 막고 정보 단속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공정거래 사건을 검사처럼 조사하고 판사처럼 심판하는 ‘1인 2역’을 수행하는 것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소송에서 패소 혹은 제재 취소가 잇따르고, 제재가 곧 승진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공정위 공무원들은 잇달아 로펌으로 이직하며 ‘재계 저승사자’에서 ‘재계 호위무사’로 변신하고 있다. 경쟁법 대가라 불리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비상임위원 출신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공정위가 행정제재 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해법을 20일 들어봤다.



-공정위 제재가 대법원에서 뒤집혔을 때 불공정 기업으로 낙인찍힌 기업을 구제할 방안은 없을까.


홍대식 교수 “공정위는 제재하기만 하면 패소해도 부담이 없다. 유럽처럼 사건의 시작과 공정위의 결정, 법원의 판단을 제삼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기 사건을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것을 의식하게 돼 법원에서 패소하지 않으려고 제재도 무리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봉의 교수 “공정위는 제재 기업에 시정명령받은 사실을 공표하라고 하면서 막상 지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언론이 정정보도를 하듯이, 공정위도 패소했을 때 기업이 불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정희 교수 “공정위 제재가 한 번 내려지면 명예 회복이 쉽지 않다. 국민은 공정위 제재 내용만 기억하지 나중에 무혐의가 됐는지는 모른다. 일종의 행정공시 형태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거나 제재가 일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공정위 과잉 제재의 원인인 ‘제재 성과주의’, 세게 때려야 인정받는 구조를 개선할 방안은.

홍 교수 “공정위는 제재 결과만 평가 항목에 반영한다. 법원 판단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없다. 제재를 강하게 해야 인정받는 구조라면 누구라도 세게 때릴 것이다. 최종 확정되지 않은 제재에 대한 평가 비중을 낮추거나, 최종 승소한 사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봉의 교수 “제재가 옳았을 때 상을 준다면, 틀렸을 때 불이익도 있어야 한다. 대법원에서 완전히 패소했다면 조사한 사람의 인사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패소 결과에 대해 제재가 잘못된 게 아니라 법원과 판단이 달랐다고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정희 교수 “충분한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심사보고서를 만들어 올리는 것이 문제다. 아니면 말고 식이 되지 않도록 충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행정소송 패소, 심사보고서 불충실에 대한 내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 판결 전에 사건 담당자가 승진할 때가 있는데 나중에라도 후속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

-1심 격인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심사보고서 발송 사실과 제재 의견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 교수 “검찰로 따지면 기소하면서 기소 사실을 공표하는 격이다. 위원회가 공정위 심사관 측의 일방적인 입장만 먼저 발표하는 건 공정한 심의를 해치는 나쁜 선례다. 위원들도 그 내용을 다 보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와 심판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고 하지만 언론에 먼저 공개되고 관심이 집중되면 위원회는 심사관의 판단을 뒤집는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이봉의 교수 “심사보고서 발송 사실을 비밀에 부칠 필요는 없다. 미국·유럽 경쟁 당국도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심판 절차에 넘겼다는 사실은 공개한다. 다만 이를 유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심사보고서 발송을 결론이 난 것처럼 인식한다. 전원회의에서도 심사보고서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심사보고서가 결론은 아니다.”

이정희 교수 “심사보고서 발송은 심의 대상이란 의미다. 무혐의가 될 수도, 제재가 감면될 수도 있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중대한 사건은 사전에 브리핑하더라도 심판에 영향을 준다면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심판 이후에 알린다고 안 지켜지는 건 아니다.”

-‘검사’와 ‘판사’가 한 조직 내에 있어 제기되는 공정성 훼손 논란을 해결할 방안은.

홍 교수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사건조사 단계부터 관여한다면 위원회 심의에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 사건을 조사하고 구형한 검사가 법정에서 직접 재판하는 것과 같다. 일본처럼 3심제로 가거나 미국처럼 독립적인 행정법 판사에 의한 심판 구조로 가야 한다. 현행 2심제를 유지한다면 중립적인 제삼자가 사실인정을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봉의 교수 “정무직인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사건 심판에 참여하는 구조가 문제다. 정무직은 법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준사법기관 심판에 참여하는 건 옳지 않다. 또 몇십 년 함께 일한 상임위원과 외부인인 비상임위원의 발언권이 같을 수 없다. 조사와 심판을 분리해야 한다. 아니면 공정위 안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심판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위 퇴직자의 잇따른 대형 로펌·기업 이직으로 확대된 ‘이권 카르텔’ 문제를 해소할 해법은.

홍 교수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는 접근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사람을 통한 접점이 필요하다 보니 3년 취업 제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크다. 공정위가 평소 기업과 정책 접점을 넓히는 것이 퇴직자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봉의 교수 “행정기관 전반에 엄벌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강한 제재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공정위 전관에 대한 로펌의 수요를 만들어 낸다. 정부와 로펌 사이에 이런 기조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이정희 교수 “퇴직 후 취업 제한이 있고 외부인 접촉 신고 규정도 있다. 현직도 퇴직 선배를 만나는 것을 조심한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가 스스로 내부 규율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위 내부 정보가 로펌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공정위가 스스로 막아야 한다.”

세종 김신우 기자
2026-10-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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