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전진배치 승부수 KIA,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젠 삼성이 긴장할 시간

박현진 기자
수정 2026-10-20 22:12
입력 2026-10-20 22:03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만루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이기고 다시 오겠다”던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승장의 자리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차지였다.

KIA가 2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6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를 13-1로 대파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내리 3연승을 거둔 KIA는 이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25일 개막하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통과한 것은 2008년 삼성, 2023년 NC에 이어 KIA가 세 번째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만루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이 감독은 LG 선발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 7명을 집중 투입했다. 김도영과 김선빈을 제외한 타자 전원이 좌타자였다. 심지어 외야 수비의 핵인 중견수 김호령까지도 좌타자 박정우로 대체했다. 김호령과 김태군은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벤치에 대기시켰다. 올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85의 짠물 피칭을 했던 카라스코가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 0.267로 비교적 고전했던 것을 노린 승부수였다. 이 감독의 좌타자 압박 전술은 효과가 컸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초 무사 상황에서 KIA 나성범이 솔로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2회초 나성범이 공격의 물꼬를 텄다. 카라스코의 3구째 시속 148km짜리 직구가 한 가운데로 쏠리자 기다렸다는듯 방망이를 돌렸다. 배트를 떠난 공은 131m를 날아 중견수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버렸다.

카라스코는 김선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한준수의 강습 타구를 1루수 문정빈이 더듬는 실수를 저지르자 정신 없이 흔들렸다. 김규성의 중전안타에 이어 하주석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로 몰렸고 박정우와 박재현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2점을 더 내줬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에서 KIA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날리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좌타자들이 만든 만루 찬스는 ‘슈퍼스타’ 김도영이 화끈하게 마무리지었다. 김도영은 공 2개를 무심하게 흘려보낸 뒤 바뀐 투수 존 케네디의 3구째 직구를 작심한 듯 걷어올렸다. 가운데 담장을 쪼갤듯한 기세로 날아간 그랜드슬램은 비거리가 무려 145.8m나 됐다. 스코어는 7-0으로 벌어졌다.

LG는 카라스코를 강판시키고 존 케네디를 올렸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KIA는 5회에도 2사 1, 2루서 박정우의 우전안타로 추가점을 뽑았고 6회 나성범과 7회 한준수가 나란히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LG 불펜을 초토화했다. KIA는 8회에도 한준수의 밀어내기 볼넷과 박민의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타점짜리 적시 2루타로 3점을 더 달아났다.

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IA 선발 투수 시라카와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6.10.20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는 든든한 화력지원을 등에 업은 KIA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가 신바람을 냈다. 5회에는 선두타자 문보경을 우전안타로 출루시키고도 문정빈, 문성주, 박동원을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라카와는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구본혁과 박해민에게 연속안타로 무사 2, 3루를 허용한 뒤 정해영에게 배턴을 넘겼다. 정해영은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오스틴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구본혁이 홈을 밟았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했다. 시라카와는 5이닝 1실점하며 삼진을 9개나 솎아내는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7회 박종원과 구본혁의 연속안타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박해민이 1루수 땅볼로 아웃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LG가 씁쓸하게 가을잔치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잠실구장도 KBO리그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끝으로 더이상 프로야구 공식경기는 잠실구장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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