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관생도 결혼 금지

박성원 기자
수정 2026-10-20 00:42
입력 2026-10-20 00:02
고대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BC 27~AD 14) 시절 로마 군단병과 보조병들은 현역 복무 중 공식 결혼이 엄격히 금지됐다. 군인이 가정을 꾸리면 전장에서 사리사욕이나 가족 걱정 때문에 용맹함을 잃고, 군대 이동 시 가족이 동행하면 행군 속도와 보급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의 육·해·공군 사관학교도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결혼, 임신, 자녀 부양이 철저히 금지됐다. 다만 2021년 의회에서 사관생도 자녀 양육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 국방수권법에 포함돼 생도가 재학 중 아이를 낳거나 부모가 되어도 퇴교당하거나 친권을 포기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입학 시점이나 재학 중 결혼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프랑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사관생도도 일반 군인 신분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혼인, 출산 등 개인의 사생활을 사관학교 규정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간주된다. 생도 기간 중 임신하게 되면 휴학 조치를 받은 후 복귀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권고한 ‘사관생도 혼인·임신 제한 규정 완화 또는 폐지’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혼인 금지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휴학·복학으로 생도 생활 및 교육훈련이 단절되고, 생도 생활과 가정의 양립 제한 등으로 중도 퇴교율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사관학교의 교육목적 달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변화된 사회환경을 고려하고 고급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혼인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육군사관학교는 1951년 4년제로 재개교한 이래 생도들의 음주와 흡연, 결혼 등 ‘3금(禁)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 2016년 3월 새학기부터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모두 생도들의 학교 밖 사복 차림과 음주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혼인 금지 빗장까지 푸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인 모양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2026-10-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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