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운 ‘지젤’ 피어났다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6-10-20 00:09
입력 2026-10-19 23:55

국립발레단 김주원 단장 첫 전막
일곱 무대에 여섯 쌍 주역 ‘파격’
상당수 신예로 채워 호평 이끌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발레단 ‘지젤’ 2막에서 엄나윤(지젤)·나대한(알브레히트)이 처연한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무덤에서 깨어난 지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객석은 숨을 멈췄다가 조용히 내쉬었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13~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은 김주원 단장이 취임 뒤 처음 서울 무대에 올린 전막 공연이다.

작품은 배신당한 처녀가 혼령 윌리가 되고도 연인을 지켜 내는 낭만발레의 대명사다.


2011년 파트리스 바르(1945~2025) 버전 초연 때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지젤을 춘 김 단장은 잘 아는 만큼 모험을 시도했다. 일곱 무대에 여섯 쌍의 주역을 세우고, 그 상당수를 처음 전막 주역을 맡는 신예로 채웠다. 결과는 주역들을 향한 호평으로 돌아왔다.

지젤을 대표 배역으로 새겨 온 수석무용수 박슬기는 ‘연기 장인’다운 안정감으로 13일 개막 무대를 이끌었고, 17일 낮 공연에선 신예 김윤을 리드하며 그의 성공적인 전막 데뷔를 든든히 받쳤다. 14일과 17일 저녁 무대에 오른 이하연과 18일 지젤이 된 엄나윤은 처연하게 광기에 잠겨 드는 1막에 이어 2막에선 신비로운 부레(발끝으로 서서 잰걸음으로 미끄러지는 동작)로 감탄을 자아냈다.

16일 알브레히트 허서명은 윌리들에게 쉼 없이 춤을 강요당하는 2막에서 앙트르샤 시스(공중에서 두 발을 빠르게 교차하는 점프)를 30여회 뛰어오르며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객석의 탄성을 끌어냈다.



엄나윤은 16일 공연 2막 중반에 컨디션 난조를 겪은 주역 대신 투입되며 ‘준비된 지젤’로서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틀 뒤 18일 폐막 무대에서 엄나윤은 나대한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지젤로 섰다. 열여섯 살 시골 처녀를 떠올리며 춤췄다던 그의 1막 지젤은 한층 발랄하고 상큼했다. 솔로에선 흔들림 없는 균형감과 단단한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려 길게 뻗는 동작)로 기본기를 증명했고, 2막 부레는 발목을 단단히 고정한 채 발끝만 잘게 교차하며 땅을 딛지 않은 존재가 떠가는 듯 보여주며 객석에서 탄성을 끌어냈다.

철없지만 솔직한 남자를 그리겠다던 나대한의 알브레히트는 깊이 몰입한 채 고난도 동작을 소화하면서도 우아함을 놓치지 않았다. 2막 바리에이션의 피루엣(회전 동작)에선 머리에서 튕겨 나온 땀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관까지 연출했다.

박자를 아는 앙상블과 팔 올린 각도와 고개 숙인 정도까지 맞춘 일사불란한 윌리 군무는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이번 ‘지젤’은 숨죽여 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단장의 미감과 안목을 제대로 증명했다.

최여경 선임기자
2026-10-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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