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에 폭발한 프랑스 민심… 극우 르펜, 반사이익 볼까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26-10-19 23:55
입력 2026-10-19 18:04

폭력까지 번진 반정부 시위

마크롱 “어떻게 국민이 이런 짓을”
공권력 재정비해 강경대응 등 예고
퇴임 6개월 앞두고 레임덕 가시화
대선 선두 르펜 “이민 문제 탓” 압박
시위인가, 폭동인가 프랑스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일부 시위대가 파리의 한 의류 매장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파리 AP 연합뉴스


대규모 시위 사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성난 민심이 차기 대선에서 현재 지지율 선두인 극우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정치권은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터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에서 이번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약탈·폭력행위에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정당한 요구를 한 시위 참가자와 약탈자는 구분해야 한다며 “어떻게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방행정 책임자에 특정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폭력 시위에 대한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으로, 공권력을 재정비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국에서 발생한 주말 시위에서 체포된 인원은 24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시위는 지난 2017년 집권해 10년 임기를 불과 6개월 앞둔 마크롱 대통령에게 현재 레임덕을 더욱 심화하는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파리정치대 정치학자 브뤼노 코트레스 교수는 이번 사태가 2018년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한 ‘노란조끼’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며 “지난 주말 종말론적 광경은 정부가 더 이상 국가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사태는 (차기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시위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과 마린 르펜 RN 대표가 꼽힌다. ‘마크롱 정권 10년’에 대한 실망감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르펜 대표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폭동 민심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는 반이민 정서와 맞물리며 르펜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펜 대표는 “수십 년간 통제되지 않은 이민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민 문제를 부각시켰다.



르펜 대표가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면서도 비교적 정제된 발언을 내놓는 것도 대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앞서 르펜 대표도 집무실에서 연설을 녹화했다”며 “마치 엘리제궁에 입성한 듯 국민들에게 침착함과 공화주의적 자제를 호소하며 마크롱 대통령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진단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2026-10-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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