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고밀화에 손배소 잇따라
시야 차단 ‘조망 침해율’ 일부 인정주거지 경관조망권은 기준 모호해
일조권과 달라 ‘상대적 이익’ 포함
서울 한남동 ‘회장님댁’ 한강뷰 분쟁
“평가 기준·사전 조정기구 마련해야”
전국적으로 도시의 초고층화·고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경관이 주거 자산에서 갖는 경제적 가치도 높아지면서 관련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 보장받아야 하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분류되는 일조권과 달리 조망권은 ‘상대적 이익’에 속해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돼서다. 하지만 향후 한강 주변 노후 아파트들이 고밀도 재건축을 눈 앞에 두고 있어 불필요한 법적 다툼이 늘 것이고, 명확한 조망권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소유주들은 “단지 남쪽에 지상 31층 규모의 신축 아파트 10개동이 들어서 기존 아파트의 일조권 및 천공조망권, 광안대교 등에 대한 경관조망권 등이 침해됐다”며 신축 아파트 재개발정비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해 11월 일조권에 대한 피해만 일부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경관조망권에 대해 “아파트는 주거 목적으로 건축돼 경승지나 휴양시설과 같이 조망 이익 향유를 목적으로 건축된 장소적 특수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늘을 볼 수 있는 천공조망권에 대해서도 시야 차단으로 인한 폐쇄감 등이 정확하게 반영되기 어렵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한남동 자택 ‘한강뷰 조망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자택 맞은편에 조 회장의 자택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손해가 발생한다며 지난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2일 용산구청의 건축 허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이 회장 측의 집행 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공사는 일단 내년 4월 11일까지 중단된 상태다.
통상 조망권은 하늘을 일정 부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천공조망권’과 자연·문화 경관을 향유할 수 있는 ‘경관조망권’으로 나뉜다. 이 중 천공조망권에 대해선 일조권과 마찬가지로 침해율을 따져 피해가 일부 인정되기도 하지만, 주거지의 경관조망권은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전진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일조권·천공조망권은 수치로 변화를 계산할 수 있지만, 경관조망권은 피해의 정도를 계산할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다세대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집 남서쪽에 지상 4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이 신축돼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일조권 및 천공조망권 침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한강뷰 조망권’이 침해됐단 주장에 대해선 “언제든지 높은 건물이 건축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쟁이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망 침해의 수인한도(사회통념상 참아내야 하는 한도) 기준을 시대·환경 변화에 맞춰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이 근거로 삼는 수인한도는 2014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이후 달라진 조망권의 경제적 가치 등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건축 전 단계에서부터 사전 분쟁 조정 기구를 운영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희리·서진솔 기자
2026-10-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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