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전력망·해상풍력·에너지 저장 협력 기회 무궁무진”[서울, 대사를 만나다]
이주원 기자
수정 2026-10-19 23:55
입력 2026-10-19 17:55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
호주 재생에너지 생산 준비 돼 있어한국 기업 기술·투자 있어야 효과적
중동 사태로 에너지 상호 의존 확인
원자력 독자적 개발 역량 있는 한국
호주 핵잠 건조 공급자 역할 가능성“한국과 호주는 전력망 개발과 해상풍력,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무궁무진합니다.” 제프 로빈슨(64) 주한호주대사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호주의 에너지 자원을 결합해 양국간 에너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선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뒤 “(한국이) 호주의 핵잠을 건조하는 과정에 공급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로빈슨 대사와의 인터뷰는 올해 한·호주 수교 65주년을 맞아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윤기 기자
-호주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2%로 확대키로 했다. 재생에너지를 적극 확대하는 배경은.
“호주는 산불이나 홍수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에 호주 국민들은 다음 세대에 미칠 장기적인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한국도 홍수나 가뭄, 산불 등이 최근 빈도가 높아져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안다. 또 주요 통상 파트너들이 ‘저탄소 제조’를 강조하고 있어 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려면 한국도 호주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호주의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과 호주는 해상 풍력이나 에너지 저장, 전력망 개발에서 협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또 호주가 가진 핵심 광물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부분 개발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호주는 다양한 풍력과 태양열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기술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과 같은 국가들의 기술, 투자 등이 있어야 가능성이 더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호주는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 협력의 기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중동 사태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한국은 에너지 다변화 공급처 중 하나로 호주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중동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보여준 에너지원 다각화 노력은 굉장히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중동 사태로 한국과 호주는 같은 배, 똑같은 유조선을 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호주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한국에 많이 수출하고, 한국은 호주에서 항공유·디젤 등 석유화학 제품의 큰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상호 간에 얼마나 의존적인, 호혜적인 경제 구조를 가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미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호주에서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나.
“지난 4월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이 방한했을 때 ‘역내 안보를 위한 한국의 더 많은 역할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주 입장에서 핵추진잠수함 획득은 필수적으로 오커스(AUKUS, 미·영·호 안보동맹) 파트너 국가와 긴밀한 조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도 미국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획득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이라는 독자적인 기술 역량도 가지고 있다. 또 주목할 점은 한국은 미국 함정의 건조 협력도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 대사직도 겸하는데,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평화적인 남북 공존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는 발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서 북한을 비핵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난 외교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대화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역내의 안정이 호주에게도 상당히 중요하다. 역내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
-1988년 이래 3번째 한국 근무다. 양국 관계 발전에 오래 노력했는데 앞으로 과제는.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양국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 정세도 많이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양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양국이 중견국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이해관계나 도전 과제가 많다. 앞으로 다가올 65년은 지금 우리가 함께했던 65주년보다 훨씬 더 밝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대사로 지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있다(웃음).”
■제프 로빈슨 대사는
주한호주대사관에서만 세 번째 근무 중인 제프 로빈슨 대사는 대표적인 ‘한국통’ 호주 외교관이다. 1987년 호주 외교부에 입부한 뒤 이듬해 주한호주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한국과 첫 연을 맺었다. 이후 본부 한국과장을 거쳐 2007년에는 공관 차석인 공사로 4년간 근무했고, 2024년 1월 대사로 부임했다. 호주 본부에서는 한국 및 동아시아 외에 군축·비확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호주 외교부 비확산심의관, 국가안보정보 심의관을 지냈고 호주와 미국, 영국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서도 비확산심의관을 역임했다.
이주원 기자
2026-10-20 8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