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만 하며 참지 마세요”…고령 척추 질환, ‘맞춤형 치료’로 삶의 질 찾는다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19 16:41
입력 2026-10-19 16:41

다발성 협착증·디스크내장증 88세 환자, 보존적 치료 한계 극복하고 척추성형술로 회복
MRI 영상 넘어 통증·기능·전신 건강 종합 평가 중요…“치료 핵심은 통증 완화·일상 복귀”

PMC박병원 박진규 병원장(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이 고령 환자의 척추 질환을 통증 정도, 신체 기능 저하, 전신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PMC박병원 제공.


평생 농사일을 이어오며 고된 세월을 견뎌온 88세 여성 A씨는 지속되는 허리 통증과 엉치 아래로 뻗쳐 내려가는 방사통으로 오랫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며 버텨보려 했지만, 걷고 서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려워지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다발성 척추관협착증’과 ‘요추 4~5번 디스크내장증’이었다. 초고령인 환자 나이를 고려해 의료진은 전신마취와 수술보다는 통증을 조절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방향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약물치료와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기대만큼의 증상 호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통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약이 계속되자 의료진은 추가적인 치료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비교적 안전한 ‘척추성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술 후 A씨의 통증은 눈에 띄게 완화되었으며, 현재는 이전보다 한결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씨 사례는 고령 환자의 척추 질환 치료에서 단지 영상검사상 나타나는 병변뿐만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 신체 기능 저하, 그리고 전신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저림, 감각 이상, 보행 장애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특히 요추부 협착증은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 하지로 통증이 뻗어나가는 방사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디스크내장증은 허리의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 내부가 나이가 듦에 따라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요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거나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동작에서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 두 질환은 증상이 서로 겹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MRI 등 영상검사 결과만으로 통증의 주원인을 단정 짓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진의 신경학적 진찰과 증상의 양상, 신체 기능 평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정확한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대한신경통증학회 회장인 PMC박병원 박진규 병원장은 “고령 환자의 척추 질환 치료 방향을 결정할 때는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 삼아서는 안 된다”며 “환자가 가진 기저질환과 골밀도, 근력, 보행 능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 주사치료, 운동 및 재활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는 척추 질환 증상 조절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보행과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한이 발생한다면, 척추 전문의를 통한 재평가를 거쳐 시술 등 다른 치료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척추 시술 역시 질환의 종류와 통증의 원인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적응증이 다르다. 박 원장은 “시술을 결정할 때는 영상검사에서 확인된 병변과 실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일치하는지, 그리고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와 합병증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령 환자에게 척추 질환으로 인한 지속적인 통증은 단지 ‘아프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통증은 신체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이는 근력 저하와 보행 능력 감소, 나아가 전신 건강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진규 병원장은 “고령 환자 척추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환자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례처럼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환자의 전신 상태와 원인 질환에 맞춘 개별화된 치료 계획이 수립된다면 얼마든지 통증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

척추 통증을 단순한 ‘늙어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무작정 참으며 방치하는 것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증이 계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위한 바람직한 자세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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