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끝 1㎜까지 지배하는 AI… 현대차·기아 공장 ‘셀프 진화’

하종훈 기자
수정 2026-10-19 00:58
입력 2026-10-19 00:58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서 본 미래
사진 5000장 찍어 흠집·결함 찾고위치 틀어져도 AI가 로봇 경로 계산
소프트웨어 중심 핵심기술 내재화
2032년 ‘자율운영공장’ 본격 적용
현대차그룹 제공
아치형 터널 안으로 기아의 전기밴인 PV5 차량이 천천히 들어섰고 근처 모니터에 차량의 외관 결함의 위치와 크기가 표시됐다. 차량 한 대당 촬영하는 초고해상도 이미지는 약 5000장.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흠집과 이상을 찾아내는 ‘터널형 외관검사’ 기술이다.
지난 16일 찾은 현대자동차·기아 경기 의왕연구소는 ‘자율운영공장’ 구현을 향한 혁신을 대거 현실화하고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19~21일에는 이곳에서 200여 개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을 연다.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은 “미래공장은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고 데이터와 AI가 스스로 학습하며 공장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제조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가 이날 보여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기술도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운영공장’으로 전환하는 중간 과정으로 보인다.
용접용 로봇 팔의 이동 경로 설정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AI가 설계했다. 차체 공정에서는 1700개가 넘는 용접점을 로봇이 자동으로 용접한다. 이날 시연에서 연구원이 일부러 차체를 틀어 놓자 AI는 새 경로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로봇 팔은 오차를 보정하며 로봇 끝단을 목표점 1㎜ 이내로 맞춰 용접 동작을 재현했다. 이 기술은 내년 6월 개발 완료가 목표다.
물류 로봇도 하드웨어 설계와 주행 소프트웨어를 표준화·내재화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제작비를 약 30% 줄이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외관검사 기술을 직접 개발한 배경에 대해 이동현 비전TFT 책임은 “국내 현대차·기아 공장의 비전 시스템을 전수 조사한 결과 95% 이상이 외부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종 추가나 설계 변경 때마다 특정 업체의 기술에 묶여 추가 투자비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광학계·알고리즘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까지 내재화했고, 터널형 외관검사도 그 결과물이다.
공장별 시스템도 하나의 표준 제조 플랫폼으로 묶고 있다. 중복 투자와 데이터 단절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폴라리스’는 지난 9월 울산 전기차(EV) 공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해 가동·품질·설비 보전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엔지니어의 판단을 돕고 있다.
다만 무작정 모든 제조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와 중력·마찰·충돌 등 실제 물리 현상을 반영한 ‘가상 시운전’ 기술을 공동 개발해 설비 설치 전에 가상 공간에서 검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자율화 제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들어설 미래 신공장에는 휴머노이드와 공장 전반의 자율화 기술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2026-10-19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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