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수석·차석 쏠리는 공정위… 전문성 쌓고 몸값 올려 기업·로펌으로 [무소불위 不공정위]

조중헌 기자
수정 2026-10-19 00:51
입력 2026-10-19 00:51
최상위 합격자 대거 입직 ‘인기’
경쟁법 특화 영역 ‘장래성’ 직결
5급 이하는 취업제한 없어 직행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습 사무관 사이에 ‘최애’(가장 선호하는) 부처로 떠올랐다. 첫 부임 기관으로 공정위를 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공정위 공무원의 ‘퇴직 후 재취업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8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행시 수석과 차석이 대거 공정위에 입직했다. 수석과 성적 우수자의 첫 발령지는 인기 부처의 척도가 된다.
2024년 68회 행시 재경직 차석 홍서진 사무관, 2023년 67회 행시 법무행정직 수석 박진재 사무관, 같은 해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에 재경직 수석을 차지한 정서윤 사무관, 2021년 65회 행시 재경직 수석 정후영 사무관, 2020년 64회 행시 재경직 수석 김영찬 사무관, 2017년 61회 행시 재경직 수석 김혜린 사무관 등이 공정위를 택했다. 2025년 배치된 5급 수습 사무관 9명의 성적도 모두 최상위권이었다.
공정위에 배치된 행시 합격자에게 공정위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전문성’을 꼽는다. 한 수습 사무관은 “여러 경제·사회 행정 분야를 광범위하게 다루는 다른 부처와 달리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 ‘시장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라는 특화된 영역을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사와 심판 기능을 분리하지 않으려는 배경에도 ‘경쟁법 전문 기관’이라는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공정위의 전문성은 퇴직자의 장래성과 직결된다.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재계에서는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경제학과 산업 구조, 법률이 융합된 난도 높은 분야를 다루고 변화하는 시대상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공정위 공무원의 커리어 가치는 어느 부처 공무원보다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공정위 관료로 입직해 전문성을 쌓은 뒤 기업이나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금전적 보상을 노리는 것은 직업 로드맵상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정위 퇴직자가 곧바로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 취업제한 심사 대상이다. 5급 이하만 즉시 이직할 수 있다. 공정위 한 고위 관료는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취업 제한 3년 버티고 나서 로펌으로 가면 참 좋은데”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고위 공무원 취업 제한 제도가 그나마 공정위와 로펌 간 이권 카르텔의 확산을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 조중헌 기자
2026-10-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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