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위 뒤따른 佛노조… 143년 시청사 무너뜨린 55만 분노

조희선 기자
수정 2026-10-19 00:52
입력 2026-10-18 18:18
‘교육개혁·고물가’ 110곳서 연대투쟁
2018년 ‘노란 조끼’ 사태 재연 우려
마르세유 상점 약탈 등 1200명 체포
마크롱 “폭동 가담자 책임 물을 것”
리모주 AFP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전쟁 등 영향으로 인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민들까지 거리에 합류하며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 중심의 시위가 노동계 및 시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가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반정부 운동인 ‘노란 조끼’ 사태처럼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110여개 지역에서 55만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당초 열악한 공공 교육 환경 개선과 학교 재정 확충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와 생활비·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노동조합 및 ‘노란 조끼’ 운동 세력의 집회가 각각 예정돼 있었으나 현장에서 하나의 대규모 시위로 합쳐졌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지난 몇 주간 누적된 청년층의 분노가 기폭제가 돼 전국적인 연대 투쟁으로 확산한 셈이다.
시위는 초반에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도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폭력 사태로 번졌다. 외신이 전한 현장 사진에는 도심에 주차된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고, 복면을 쓴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는 등 긴박한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시청에 난입해 벽면에 무정부주의를 상징하는 철자 ‘A’를 새기는가 하면,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인 마리안느 동상을 넘어뜨렸다. 리모주에서는 143년 역사의 시청사가 시위대의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첨탑이 무너져 내렸다.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여러 상점을 약탈하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일부는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에 난입하기도 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소요 사태로 전국에서 1200여명이 연행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폭동 가담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2018년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처럼 대규모 반정부 운동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방침에 분노한 시민 수십만명이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노란색 안전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와 수개월간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이번 집회를 조직한 노란 조끼 운동의 일부 전직 핵심 인사들도 동참했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대선 주자 마린 르펜은 시위대의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등 극좌 세력에 “인질로 잡혔다”고 비난하며, 국민을 “극좌파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시위를 적극 지지해온 LFI의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언론이 폭력적인 장면만 반복해 내보내며 시위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며 대다수의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조희선 기자
2026-10-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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