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이 메이저급… 새 여왕 탄생했다
권훈 기자
수정 2026-10-19 10:09
입력 2026-10-19 00:53
“재능 없다 생각했는데 우승… 골프 꿈나무들 희망 키웠으면”
상금랭킹 56위 ‘언더독’ 마서영2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차지
이지훈 기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서 연장전이 시작됐다. 통산 4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성유진과 무명 선수 마서영(23·리쥬란)이 18번 홀(파4)에서 맞붙었다. 누가 봐도 성유진이 유리해 보였다. 첫 번째 연장전에선 둘 다 파를 기록했다. 곧이어 시작된 두 번째 연장전에선 성유진이 러프에서 친 볼이 그린을 맞고 뒤로 넘어갔다. 똑같이 러프에서 그린을 공략한 마서영(리쥬란)은 홀 앞에 볼을 떨궜다. 홀을 9m나 지났지만 그린 위였다. 성유진의 칩샷은 생각보다 길게 떨어졌다. 홀을 지나 5m 거리에 멈췄다.
파세이브가 쉽지 않은 상황에 성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승기를 잡은 마서영은 버디 퍼트를 홀 60㎝ 옆에 세웠다. 성유진의 파퍼트가 빗나가자 크게 숨을 들이켠 마서영은 침착하게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었다. 동료 선수들의 축하 물세례를 생애 처음으로 만끽했다.
내년 시드 유지를 걱정했던 마서영이 시즌 막바지에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마서영은 18일 경기 이천시 H1 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총상금 1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성유진을 꺾으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도준석 전문기자
“재능은 없어도 물고 늘어지는 지구력은 자신 있다”는 무명 선수의 간절함이 만든 드라마였다.
마서영은 이날 1타를 잃었지만 1언더파 71타를 친 성유진과 같은 합계 4언더파 212타로 최종 라운드를 마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상금랭킹 56위로 이 대회에 출전해 60위까지 주는 내년 시드가 불안했던 마서영이 2028년까지 시드를 확보하는 인생역전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는 우승 상금 2억 7000만원까지 손에 넣었다.
2023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마서영은 신인 때 27개 대회에서 두 번밖에 상금을 받지 못해 2024년에는 드림투어로 강등됐다. 지난해 KLPGA투어에 복귀했지만 상금랭킹 104위에 그쳐 시드전을 치른 끝에 올해 KLPGA투어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시즌인 올해도 25개 대회에서 두 차례 톱10에 상금 1억 7233만원을 벌었지만 내년 시드 확보는 불안했다. 내년 시드를 보장하는 상금랭킹 60위 이내에는 들었지만 56위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마서영은 시즌 막판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날 4언더파 68타를 때려 공동 2위에 오른 마서영은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오버파 스코어로 무너진 2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까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최종 라운드에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초반 5개 홀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적어냈던 마서영은 타수를 줄이기는 어렵고 타수를 지키기는 더 어려운 코스에서 수비 골프를 펼쳤다. 마서영은 “전반에는 샷이 너무 흔들려서 나중에는 파만 하자고 생각했다. 버디는 안 나올 것 같아 다 내려놓고 경기했다. 10번 홀에서 티샷한 볼이 나무 밑으로 갔는데 파세이브를 한 게 컸다”고 말했다.
한때 4명의 공동 선두와 5명의 1타 차 공동 5위 등 2타 이내에 9명이 몰리는 혼전 속에서도 마서영은 6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13개 홀 연속 파를 지키며 우승 경쟁을 이어 갔다. 성유진이 11번 홀(파5)에 이어 14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 2타 차 선두로 달아났어도 마서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성유진의 15, 16번 홀 연속 보기로 공동 선두를 되찾은 마서영은 18번 홀에서 그린을 놓치고도 세 번째 샷을 홀 60㎝ 옆에 붙여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끝에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데뷔 이후 83번째 대회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한 마서영은 상금랭킹도 22위(4억 4233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30위로 상승했다.
홍윤기 기자
마서영은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것도 처음이고, 연장전도 처음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사실 떨리는 마음보다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경기한 것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한 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번 우승은 내게 인생역전이 맞다. 사실 시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신경 쓴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샷감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서영은 “그동안 우승은 재능 있는 선수들만 하는 줄 알았다. 나는 재능 있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꿈나무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이왕이면 이번 시즌 남은 2개 대회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까지는 장타 순위 100위 밖이었다가 올해는 22위까지 오른 마서영은 “거리를 늘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겨울 훈련 때 매일 2시간씩 근력 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성유진은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공동 2위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했다. 상금랭킹 1위 김민솔은 공동 5위(2언더파 214타)에 올라 4875만원의 상금을 보태 통산 상금 16억원 돌파에 992만원을 남겼다. 대상 포인트도 39점을 추가한 김민솔은 대상 1위 서교림(563점)과의 격차를 38점 차이로 좁혀 개인 타이틀 싹쓸이 가능성을 더 높였다. 서교림은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를 마치고 부상으로 기권했다.
특별취재팀
권훈·박현진 전문기자
박성국·이범수·류재민·서진솔 기자
권훈 전문기자
2026-10-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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