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보다 실적?”…한국전기안전공사 ‘허위점검’ 5년간 1000건 육박

정회하 기자
수정 2026-10-18 14:44
입력 2026-10-18 14:44

감독·수익사업 충돌…“실적 위해 이렇게 하기도”

2023년 감전 사고로 3명이 숨진 세종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 입구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합동감식반이 합동 감식을 벌이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최근 5년간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실시한 전기설비 안전점검에서 900건이 넘는 허위·부정점검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설비 안전을 감독해야 할 공사가 점검 대상 사업자를 상대로 유료 안전진단 사업까지 벌이는 구조가 부실 점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사에서 받은 감사보고서와 인사위원회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공사 직원들의 허위·부정점검은 총 979건에 달했다. 내부 감사에서 적발되지 않았거나 인사위에 회부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일반용 전기설비는 정기적으로 공사의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필수 검사를 생략하거나 이상 징후에도 합격 처리하는 등 부실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14명이 숨진 대전 안전공업은 지난해 안전점검에서 ‘구내전선 절연 저하’ 문제가 확인됐으나 최종 합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2024년에는 인천의 한 호텔을 점검한 공사 직원이 필수 검사 34개를 생략하고 측정값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실 점검 배경으로는 공사의 감독 기능과 수익사업이 충돌하는 구조가 지목된다. 공사의 감독을 받는 사업자가 동시에 유료 안전진단 사업의 고객이기도 해 엄정한 점검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 호텔 허위점검 사건을 다룬 인사위에서는 한 위원이 “공사 실적을 위해 이렇게 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공사 예산 3600억원 중 유료 안전진단 등 자체 수익사업으로 충당하는 금액은 1061억원으로, 전체의 29.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개별 직원 징계를 넘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안전 전문 공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실적 위주의 부실 점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사의 안전검사 업무가 영업 실적을 압박하는 구조 속에서 허위·부정이 만연해졌다”며 “정부의 실태조사와 적극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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