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할 이유 없다”던 과거와 달리 “매일 성장 중” 무라야마 담화 계승 참배 대신 공물…한국 “깊은 유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에 봉납한 공물 ‘마사카키’와 총리 이름이 적힌 목패.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피하면서 보수 지지층과의 접점은 유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무라야마 담화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1995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담겼다.
다카이치 총리는 1995년 초선 의원 시절 자신은 전쟁 당사자 세대가 아니라며 “반성하지 않고, 반성을 요구받을 이유도 없다”고 한 바 있다. 이후 담화의 ‘침략’이라는 표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의원이 생각이 달라졌느냐고 묻자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에 전쟁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장을 강조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바쳤다. 다만 19일까지 이어지는 예대제 기간 직접 참배는 보류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취임 전까지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이후 직접 참배는 자제했지만 공물 봉납은 이어왔다. 지난 8월 15일에도 사비로 공물 대금인 ‘다마구시료’를 내고 멀리서 신사를 향해 절하는 ‘요배’를 했다.
한국 외교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