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서킷…5600·800선 붕괴
美물가 충격에 금리 인상 가능성
외국인들 차익 실현 후 대거 이탈국내 증시가 15일 또 한 번의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고, 시가총액은 하루 새 4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미국발 물가 충격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외국인 매도를 부추긴 가운데, 이를 받아낼 매수 여력도 약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4.59 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2년여 만에 최장기간 내림세다. 종가는 지난 4월 7일(5494.78) 이후 최저치였다. 코스닥도 63.06 포인트(7.65%) 떨어진 760.82로, 지난 8월 3일 이후 가장 낮았다. 두 시장을 합쳐 하루 사이 총 410조 8990억원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두 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낮 12시 30분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지난 13일, 서킷브레이커는 7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조치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시장 전체 거래를 20분간 중단한다.
지수 급락의 방아쇠는 미국발 악재였다. 간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한 점도 부담이었다. 삼성전자는 2만 2000원(9.48%) 내린 21만원, SK하이닉스는 15만 7000원(11.06%) 떨어진 126만 200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그간 가파른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에 매수세 약화까지 겹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던 개인의 추가 투자 여력이 상당 부분 소진되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종료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매수 기반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 1451억원, 1조 4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4조 81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거래대금은 26조 8661억원으로, 70조원을 넘었던 지난 5월 29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금융당국 긴급 회의 “투자자 보호”
코스피 5000선 ‘1차 지지선’ 상정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노모씨는 “더 오른다는 말에 들어갔는데 SK하이닉스에서 40%대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씨도 “손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추가 매수하거나 주가가 회복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시장 전문가를 소집해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5.38로 하루 만에 23.31% 뛰어 지난 8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선을 1차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 시장 우려가 커졌을 뿐, 기업 실적 기대가 훼손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산업 수익성이 실제로 악화하거나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코스피 5000선을 하단으로 보는 데는 기업 펀더멘털뿐 아니라 정부의 시장 대응 가능성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신용대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가계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2조 3000억원 줄어 2024년 2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이승연·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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