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개시, 무기수 아크말씨 형 집행 정지

이창언 기자
이창언 기자
수정 2026-10-15 17:19
입력 2026-10-15 17:13

2009년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 관련
법원, 경찰의 기망 수사와 통역권 침해 인정
재심 판결 확정 때까지 무기징역형 집행 정지

아크말씨 부친 보조로브 아슬람씨(왼쪽)와 박준영 변호사. 2026.10.15. 연합뉴스


2009년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해 온 우즈베키스탄 국적 보조로브 아크말(36)씨가 재심을 받게 됐다.

법원은 당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아크말씨를 속이고 통역받을 권리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와 함께 기존 판결에 따른 형 집행도 정지했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 김성환)는 15일 아크말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 집행을 정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재심 재판을 통해 기존 확정판결의 유·무죄를 다시 판단하게 됐다.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던 아크말씨는 2009년 3월 24일 창원에서 택시기사 A씨를 살해하고 현금 15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7월 창원에서 택시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돼 조사받다가, 3월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다.

이후 아크말씨는 그해 11월 창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그는 2015년에도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2025년 1월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아크말씨를 기망하고 통역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경찰관들의 범죄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만큼 관련 법률에 따라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아크말씨를 조사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검출됐다고 말하고 이미 숨진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인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19세였던 외국인 아크말씨가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믿어 범행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느낄 정도의 기망이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수사로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자백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통역받을 권리 침해도 재심 개시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아크말씨가 당시 형사절차와 법률용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정도의 한국어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2009년 7월 발생한 아크말씨의 별도 강도상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통역인을 참여시키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3월 강도살인 사건에 관한 최초 자백도 받아냈다. 이후 범행 관련 조사에서도 통역인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의 조사가 단순히 기존 진술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범죄 혐의를 구체화하고 수사 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초가 됐다고 봤다.

통역 없이 진행된 조사에서 자백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기소와 유죄 판결까지 이어진 만큼, 통역받을 권리 침해가 위법·부당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심 개시 범위는 강도살인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당시 강도살인 범행과 연관된 무면허운전 혐의에도 같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기존 판결이 여러 범죄를 유죄로 인정해 하나의 형을 선고한 불가분의 판결인 만큼 아크말씨에 대한 판결 전체를 재심 대상으로 삼았다.

앞서 검찰은 아크말씨가 주장한 경찰의 폭행·협박 등 직무상 범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새로 제출된 자료도 기존 증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 수준이라며 재심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아크말씨 측은 유죄의 핵심 증거가 허위 자백이었다며 수사 과정의 위법성과 객관적 증거의 누락 등을 들어 재심 개시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2009년 7월 사건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지만 3월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호소했다.

창원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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