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만 되면 눈꺼풀 스르륵…” 단순 피로 아닌 ‘중증근무력증’ 경고음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15 16:10
입력 2026-10-15 16:10

안검하수·복시 등 안구 증상으로 시작…씹고 삼키기 힘들고 전신 근력 저하까지
휴식 후 호전되는 특성에 초기 방치 쉬워…“호흡·삼킴 장애 시 즉시 병원 찾아야”

Drooping eyelid 중증근무력증은 주로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와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로 시작하며, 질환이 진행되면 얼굴, 목, 팔·다리 등 전신 근육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이대서울병원 제공
30대 여성 A씨는 오후만 되면 한쪽 눈꺼풀이 자꾸 처졌지만 단순한 피로 탓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났고, 급기야 턱과 목의 힘까지 빠지자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A씨가 받은 진단명은 ‘중증근무력증’이었다.

최근 인기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중증근무력증은 눈꺼풀 처짐이나 복시, 혹은 말하거나 음식을 씹을 때 힘이 빠지는 증상 등으로 시작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다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여, 대부분의 환자가 단순 피로나 눈의 피로로 오인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석진명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신경근육접합부에 이상이 생겨,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이라며 “증상이 반복되거나 특정 시간대에 유독 심해지는 특징이 있어 질환에 대한 인지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근무력증의 가장 흔한 초기 신호는 눈과 관련된 증상이다. 대표적으로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와 복시(사물이 겹쳐 보임)로 시작하며, 질환이 진행되면 얼굴, 목, 팔·다리 등 전신 근육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워지는 삼킴 장애나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언어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이 질환은 하루 중에도 증상의 강도가 변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비교적 괜찮다가도 오후나 저녁이 될수록 증상이 심해지며, 같은 동작을 반복할수록 근력이 빠르게 떨어진다.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면 다시 상태가 호전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석진명 교수는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경과가 매우 다양하므로, 근력 저하 현상이 지속해서 반복된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증근무력증 여부는 혈액검사와 신경생리검사인 반복신경자극검사 등을 통해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 유무를 파악하며, 반복신경자극검사는 신경에 반복적인 전기 자극을 가해 얼굴·어깨·손 근육 등의 반응을 측정한다. 아울러 일부 환자에게서는 흉선종 등 흉선 이상이 동반될 수 있어 흉부 CT 등 영상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환자 증상과 중증도, 자가항체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신경근육접합부의 신경전달을 개선하는 약물치료와 면역억제치료가 시행된다. 만약 증상이 심각하거나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는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요법이나 혈장교환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적용된다.

석진명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도 감염, 과도한 스트레스, 특정 약물 복용 등의 영향으로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만약 평소보다 근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호흡과 삼킴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중증근무력 위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응급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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