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다툼에 ‘제주 부녀 사망’ 비극…온 가족 동원하는 자녀 약취, 정부 대책에도 소송 35% 증가

서진솔 기자
서진솔 기자
수정 2026-10-15 16:16
입력 2026-10-15 16:00
전국에서 어린이 약취·유인 범죄가 이어졌던 지난해 9월 대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이혼 소송 중 부인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떠난 남편이 제주에서 딸과 함께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네살 딸을 찾아달라”는 부인의 호소에도 안일하게 대처해 비극을 막지 못한 제주 경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양육권 다툼에 의한 자녀 약취·유인 문제를 두고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으나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손꼽힌다.

법원의 임시 양육자 지정 절차에 신속성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친족 범행에 대한 양형기준마저 관대해 부모들이 형사처벌을 무릅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후에도 약취·유인·인신매매 범죄 관련 재판 접수가 35% 증가한 가운데 트라우마와 뒷감당은 고스란히 아이들 몫으로 남았다.


A씨는 2017년 10월 결혼 2년 만에 남편 B씨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한 살이었던 아들을 B씨로부터 뺏어오기 위해 부모와 이모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B씨가 없는 날을 골라 시어머니 집에 침입해 아들을 몰래 집으로 데리고 왔다. 미성년자 약취 등으로 기소된 A씨는 2019년 3월 춘천지법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5일 서울신문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관련 통계’를 보면 올해 관련 1심 재판 접수 건수는 지난 6월까지 109건이었다. 상반기에만 2021년의 102건을 넘었고, 지난해 162건과 비교하면 35% 증가했다. 경찰청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 741건 중 28%가 이혼 소송·양육권 분쟁이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범죄 예방’을 강조했지만 재판은 더 늘었다.





부모들이 자녀 약취를 감행하는 이유는 양육권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소윤 법률사무소 수석 변호사는 “이혼 소송 중 아이를 데리고 있는 쪽에 양육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며 “형사 재판, 쌍방 고소전이 펼쳐지고 결국 아이에겐 상처만 남는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초기에 임시 양육자를 지정하는 사전처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전처분이 2~3개월 안에 내려져도 한쪽이 즉시항고하면 법원 처분의 집행이 정지된다. 이에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7월 ‘사전처분 즉시항고는 집행정지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사전처분 집행이 정지되는 부분만 보완돼도 신속성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의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면서 법원이 양형기준을 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단순 약취·유인·인신매매 범죄의 기본 양형 기준은 징역 1년~2년 6개월이지만, 부모나 친족의 범행은 감경 기준이 적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4월 11기 양형위가 출범하면서 정부 발표, 국회 법안, 국민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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