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언어 쓰는 지구촌, 사람마다 다른 입천장서 시작됐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15 07:24
입력 2026-10-14 20:51

모음 소리 낼 때 혀·턱 동작 다 달라
개인 발음 차이 쌓여 언어 차 커져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1563년 작품 ‘바벨탑’. 구약성서 창세기편 바벨탑 이야기에 따르면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썼지만 탐욕으로 바벨탑을 쌓으면서 신의 노여움을 받아 언어가 복잡하게 갈라졌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제공


외국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왜 사람들은 다른 언어를 쓰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언어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도 똑같은 언어기관을 가진 인간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점에 의문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뇌샤텔대, 취리히대,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공동 연구팀은 언어마다 말소리가 서로 달라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입 안 구조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10월 14일 자)에 실렸습니다.

사람은 생김새가 다르듯 입천장 모양과 혀 크기, 목구멍 길이도 제각각입니다. 그런데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작은 차이가 언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언어 연구 자료에서 미국 영어를 쓰는 남녀 32명을 무작위로 골랐습니다. 이 자료는 사람이 말하는 동안 입 안을 실시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1초에 83장씩 찍은 사진과 녹음된 목소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아, 에, 이, 오, 우’ 다섯 모음을 소리 낼 때 입술, 혀, 입천장 등 95곳에 점을 찍어 모양을 관찰하고 목소리를 분석했습니다. 이어 바스크어, 힌디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이탈리아어 등 10개 언어를 쓰는 3867명이 말한 모음 1만 9335개의 음성 자료와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같은 모음을 낼 때 사람마다 혀와 턱을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달랐지만 소리의 차이는 훨씬 작았습니다. 저마다 입 구조에 맞춰 혀를 조절해 비슷한 소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절이 완벽하진 않아 목소리의 음색과 모음끼리 구별되는 정도에 일정한 흔적이 남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소리 차이는 성도(목에서 입과 코로 이어지는 소리 통로) 모양으로 설명됐습니다.

연구팀이 10개 언어의 음성 자료와 비교하자 하나의 언어 안에서 사람마다 소리가 달라지는 방향일수록 언어 사이 소리 차이도 컸습니다. 생물 집단 안의 작은 차이가 쌓여 집단끼리 갈라지듯 개인의 발음 차이가 쌓여 언어 차이로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모란 스위스 뇌샤텔대 교수는 “흔히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발음 차이를 언어 분석에서 걸러내야 할 잡음으로 여기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그 반대”라고 말했습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6-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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