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뱃속에서 깨달은 아버지의 진심 [영화 리뷰]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15 03:28
입력 2026-10-14 20:40

웨일 폴: 고래에 먹힌 남자

‘웨일 폴: 고래에 먹힌 남자’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거대한 향유고래에 산 채로 먹힌 남자. 출렁이는 소화기관은 그를 조여오고, 쏟아지는 위산에 자칫 몸이 녹아내릴 판이다. 공기탱크 잔압계는 빠르게 줄어든다. 한 시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고래 뱃속에서 죽어야 한다.

14일 개봉한 ‘웨일 폴: 고래에 먹힌 남자’는 아버지(조슈 브롤린)의 유해를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제이(오스틴 에이브람스)가 고래에 먹힌 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동화 ‘피노키오’에서처럼 고래 뱃속이 동굴처럼 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화기관을 마구 찌르면 고래가 사람을 뱉어내지 않을까 싶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러 개의 위, 몸조차 움직이기 어려운 좁은 공간, 피부와 장비를 부식시키는 위산, 산소통 없인 숨도 쉬기 어려운 유독 가스까지 말 그대로 극한환경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주인공의 고투가 인상적이다.


제이는 함께 잡아먹힌 대왕오징어의 날카롭고 딱딱한 부리에 다치고, 요동치는 소화기관의 압박에 갈비뼈가 부러진다. 고래가 심해로 내려가면서 양쪽 고막도 터져버린다. 그가 가진 거라곤 다이빙 장비와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몇몇 생존 지식뿐이다.

치열한 사투 중간중간 제이와 아버지와의 지난 이야기가 교차한다. 제이는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상남자’ 아버지와 어렸을 적부터 갈등했고, 결국 도망치듯 집을 나와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말기 암인 아버지의 병문안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마음속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 있다.

사투에서 정신을 잃을 때마다 제이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들을 떠올리며 실낱같은 삶의 빛을 찾는다. 전설적인 다이버로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지닌 그의 아버지는 제이에게 엄격하게 생존을 가르쳤다. 그동안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제이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야 과거를 돌아보고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제목 ‘웨일 폴’은 고래가 죽은 뒤 그 사체가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현상을 가리킨다. 거대한 고래가 죽은 뒤 여러 생물을 살린 것처럼, 제이의 아버지도 아들을 위한 밑거름이 됐음을 은유한다. 특히 심해의 바다에서 흑백으로 처리한 후반부 장면은 우주를 연상케 한다. 생명의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보여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기중 기자
2026-10-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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