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래가 도둑맞고 있다”… 유럽 ‘청년 시위’ 전역 확산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10-15 03:27
입력 2026-10-14 18:09

고물가·주택난에 분노 폭발 거리로
프랑스 청년들 ‘68혁명 경고’ 팻말
스페인 시위, 포르투갈로 옮겨붙어

유럽 곳곳에서 청년들의 분노가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교육 환경 개선 촉구 시위와 스페인의 주택난 항의 시위가 이웃 나라로 번지는 가운데, 긴축 재정과 고물가에 짓눌린 청년층의 불만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교육 환경 개선 요구 시위에는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원 등 16만 1500명(정부 추산)이 참여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파리와 리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프랑스앵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는 ‘우리를 속이려 들면 1968년 5월을 보여주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1968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학생·노동자 투쟁인 ‘68혁명’처럼 정부를 뒤흔들겠다는 경고다. 파리 근교 생드니에서 열린 시위에는 스웨덴의 유명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참가했다. 툰베리는 “젊은 세대는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가 도둑맞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성적인 교사 부족, 노후화된 학교 시설 등에 항의하며 지난달 시작된 프랑스 시위는 국경을 넘어 벨기에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으로 확산했다. 알바니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의 리조트 개발에 맞서 불거진 거리 시위가 대학생들의 교육 관련 시위로 번졌다. 이날 수도 티라나에서는 대학생 수백명이 열악한 학교 환경과 청년 지원 부족 등을 규탄했다.

스페인에서 80대 노인 강제 퇴거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주택난 항의 시위는 포르투갈로 옮겨붙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리스본과 포르투 등에서 열린 생활비·주택 가격 상승 항의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 월급으로는 못 산다’, ‘50살이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고충을 호소했다.

시위가 각국으로 번진 배경으로는 유럽 주요국의 재정 불안이 꼽힌다. 국가 채무가 늘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정부로서는 교육·주거 등에 대한 국민 요구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여기에 고령화가 빨라지는 가운데 조세·복지 제도의 세대 간 불균형 탓에 청년층이 자원 배분에서 밀려났다는 구조적 불만도 시위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나이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더프리프레스 기고에서 “유럽 청년들의 시위 대상은 그들의 조부모를 위해 만들어져 운영되어온 시스템 자체”라고 지적했다.



조희선 기자
2026-10-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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