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딸 찾아달라 애원했는데”… 또 비극 못 막은 제주경찰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10-15 07:56
입력 2026-10-15 00:31

김병찬 청장 부임 후에도 대응 부실

호주서 남편이 딸 데리고 한국 귀국
경찰, 아동 안전·학대 등 8차례 확인
아내 “아이 잘 있다는 말만 반복해”
결국 차량 안에서 부녀 숨진 채 발견
제주경찰청 현관 입구 모습.
제주 강동삼 기자


“아이 아빠가 정신과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았고 과거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수차례 알렸는데도 경찰은 아빠와 통화한 뒤 아이가 잘 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네 살배기 딸을 잃은 호주 시민권자 정모(40)씨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 만나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호주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 임모씨가 지난해 10월 돌연 어린 딸을 데리고 귀국하자 한국으로 뒤따라온 정씨는 경찰에 딸의 신변 확인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딸은 12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오름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아빠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김병찬 신임 청장 부임 이후에도 이어진 제주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씨에 따르면 그는 2025년 11월 임씨가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갔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따른 아동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3월 딸을 호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받아냈다. 정씨는 임씨가 2022년 11월 대형 트럭 운전 중 사고를 당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고 정신과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임씨가 서울에서 제주로 주거지를 옮긴 사실과 딸이 일주일 넘게 어린이집 등원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정씨는 지난 4월 112에 실종 신고를 하며 “양육권 강제집행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 출동 후 임씨와 전화로 연락하고 신고를 종결했다. 이에 정씨는 주한 호주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지난 6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주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9월 말 항소심에서도 승소한 정씨는 임씨가 미국으로 간다고 하며 딸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달 2일 제주경찰청에 임씨의 행동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적극적인 보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제주경찰청은 14일 브리핑에서 “그동안 경찰과 서귀포시 아동보호팀이 모두 8차례 아동의 안전과 학대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단독 확인 3회, 아동보호팀과 합동 확인 4회, 아동보호팀 단독 확인 1회로, 마지막 대면 확인은 7월 27일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측을 통해 판결 내용을 파악했지만 공식 판결문을 전달받지 못해 절차상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아동에게 특별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씨는 “양육권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지만 아이가 위험한 환경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경찰이 무엇을 놓쳤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2026-10-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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