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친구 모두에게 무기 파는 中… 중동판도 뒤흔든 ‘Made in China’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14 14:23
입력 2026-10-14 14:19
사진은 중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J)-20 관련 자료. 웨이보


중국이 중동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실익을 챙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란과 긴밀한 전략적 연대를 유지하면서도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과 대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중국산 최첨단 무기를 대거 파는 기묘한 행동이 연출되고 있다.

‘메카 협정’ 가동한 사우디, 구원투수로 등장한 파키스탄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우디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이 지난 8월 ‘중동판 나토’(NATO)로 불리는 3국 방위협정인 ‘메카 협정’을 체결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공격 직후 협정에 따라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사우디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16대의 항공기와 지대공 방공망을 배치하고 병력 8000여 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웃게 하고 사우디엔 무기 쥐여주는 ‘중국의 두 얼굴’
중국 인민해방군이 96B 전차로 행렬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이 방어 작전의 핵심 장비가 고스란히 중국산 첨단 무기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제공한 전력에는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CAC)과 파키스탄항공집단(PAC)이 공동 개발한 4세대 경량 다목적 전투기 JF-17 썬더(중국명 FC-1 샤오룽)와, 중국산 지대공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인 HQ-9가 포함됐다.

현재 국제정세에서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이란과 긴밀한 경제적 유대를 맺고 있으며,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도 중국으로 향하는 석유 수출만은 예외로 둘 만큼 각별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 서방에 맞서는 이른바 ‘저항의 축’인 후티 반군의 공세 뒤에도 이란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의 핵심 우방인 중국의 무기가 정작 후티 반군의 공습을 막아내는 사우디의 방패로 사용되는 형국은 중동 외교전의 극단적인 역설을 보여준다.

실전 테스트대 오른 ‘메이드 인 차이나’ 무기 체계
중국의 FK-2000 미사일-포 방공 시스템. 뉴시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아직 이 중국산 JF-17 전투기와 HQ-9 시스템이 후티 반군의 추가 공습에 직접 투입돼 실전 성능을 발휘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인도와의 국경 분쟁 당시 중국산 J-10CE 전투기가 실전에 투입돼 성능을 평가받았던 것처럼, 이번 사우디 배치를 계기로 중국산 군사 장비들이 중동 실전 무대에서 혹독한 성능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을 향하는 대리전의 포성 속에서 적과 친구를 가리지 않고 무기를 공급하며 영향력을 넓히는 중국의 상술이 중동의 세력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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