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만큼 값진 번트, 포스트시즌 승패 가르는 비밀무기

박현진 기자
수정 2026-10-14 14:13
입력 2026-10-14 14:13
KIA 박재현이 12일 LG와의 홈경기 8회말 기습적인 세이프티 번트를 댄 뒤 1루에서 여유있게 세이프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승부를 가르는 홈런은 야구의 백미다. 그러나 1점 차로 승패가 결정나는 팽팽한 승부에서는 번트의 가치가 홈런 못지 않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버리는 대신 득점 확률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고 상대 실수를 유발해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도 있다. 그 무대가 가을야구라면 더 그렇다.

한 경기 한 경기가 포스트시즌 만큼이나 중요했던 정규시즌 막바지 KIA 타이거즈가 번트의 중요성을 온전히 일깨워줬다. 번트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뤄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KIA 김선빈이 12일 LG와의 홈경기 4회말 절묘한 스퀴즈 번트로 2-1 리드를 만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시작은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지난 3일 LG 트윈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기습적인 번트로 결승점을 뽑았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1사 1, 3루서 1루쪽 파울라인 근처로 번트를 댔다. 기다렸다면 파울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LG 1루수 이영빈이 타구를 잡아 1루에서 김선빈을 아웃시켰다. 그러나 그 사이 3루에 있던 김도영이 홈을 밟았다. KIA는 이날 승리를 발판삼아 3연전 스윕을 달성하며 3위로 올라섰다. 3연전 내내 김선빈의 타구가 파울이었는지 페어였는지가 화두였다.

KIA는 정규시즌 최종일이었던 12일에도 LG와 맞붙었다. 3, 4위를 결정짓는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KIA는 세 번의 번트로 LG를 무너뜨렸다. 김선빈은 4회말 기습적인 번트 안타로 1-1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배트를 거둬들이면서 공을 터치하듯 투수와 1루 사이로 밀어내는 기술적인 타격이었다. 임찬규가 타구를 잡아 1루로 공을 뿌렸지만 이미 김선빈이 1루를 밟은 뒤였다. 3루 주자 김도영은 여유있게 득점에 성공했다.



KIA 박재현이 12일 LG와의 홈경기 8회말 기습적인 세이프티 번트로 안타를 만들어낸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LG가 6회 문정빈의 홈런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자 KIA는 또다시 번트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8회말 LG가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고우석을 내리고 존 케네디를 마운드에 올리자마자 박재현이 케네디의 초구에 3루쪽으로 번트를 대고 쏜살처럼 1루로 달려나갔다. LG 내야수들의 허를 완벽하게 찌른 번트 안타였다.

박재현은 “어떻게든 (김)도영이 형이 점수 낼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케네디가 좌타자를 상대로 워낙 성적이 좋고 치고도 까다로운데 나는 아직 선구안이 완벽하지 않으니 번트라도 대서 나가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박재현의 기대대로 케네디의 3구째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7회말에도 돋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대타 이호연이 우월 2루타로 출루한 뒤 타석에 들어선 김태군은 번트의 정석을 보여줬다. 볼 하나를 침착하게 걸러낸 뒤 2구째에 1루 방면으로 보내기 번트를 댔다. 배트를 살짝 뒤로 빼면서 타구의 속도를 줄였고 전진수비를 펼치던 LG 수비수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방향도 절묘했다.

포스트시즌에는 투수들의 집중력과 구위가 절정에 달해 강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기 어렵다. 그런 순간 번트는 공격의 돌파구를 여는 강력한 무기이자 승리를 부르는 열쇠임을 KIA 선수들이 증명해 보였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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