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까 무서워 혼인 사실도 숨겼는데”…장모 살해 사건 유족들 분통

이지 기자
수정 2026-10-13 21:04
입력 2026-10-13 20:18

법원, 구속영장 발부 “도망·증거인멸 우려”
유족 “김씨, 아내 신분증 흥신소에 넘겨”
경찰, 스마트워치 정기적 점검 방침

13일 서울 송파구에 마련된 ‘송파 장모 살해 사건’ 피해자의 빈소를 유족들이 지키고 있다. 이지 기자


혼인 무효 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별거하던 아내를 납치해 강원도로 달아났다가 붙잡힌 김모(26)씨에 대해 법원이 13일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유족들은 “피의자 김씨가 아내를 납치해 신분증 사진을 찍은 뒤 흥신소에 정보를 넘겨 추적을 이어갔다”면서 “계획적인 범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별거 중인 아내 A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장모를 왜 살해했나”, “범행을 미리 계획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같은 날 송파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피해자 빈소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모씨의 살해로 숨진 50대 여성은 사위의 위협에 불안을 느끼던 딸을 마중 나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조카는 “이모는 평소 누구보다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다정한 분이었다”며 “이렇게 억울한 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혼인무효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김모(26)씨가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A씨가 오랫동안 남편의 폭력과 협박에 시달렸지만 가족들은 혼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카는 “이모를 포함한 가족들은 김씨의 얼굴과 이름조차 모른다”며 “김씨가 감금과 협박, 폭행을 일삼았고 A씨는 맞을까 두려워 가족들에게 강제로 한 혼인 사실조차 숨겨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우발적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족 측은 김씨가 흥신소까지 이용했다며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A씨의 작은아버지는 “김씨는 A씨를 감금한 뒤 A씨의 신분증 사진을 찍어 2000만원을 받고 흥신소에 정보를 넘겼다”며 “장모가 그 사진을 지우려 했으나 지우면 본인의 딸인 A씨가 또 맞을까봐 차마 지우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에게 납치됐다 구조된 A씨의 얼굴과 목 등에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입관을 마치고 나온 A씨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음을 터뜨리자 다른 유족들은 “왜 그래, 너 잘못 아니야. 앞으로 잘 살자”며 A씨를 껴안고 위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김씨는 아내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지난 8월 경기 수원권선경찰서에 입건돼 경찰은 이후 김씨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씨의 불출석으로 조사는 불발됐다.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세 번에 걸쳐 압수수색 집행을 시도했으나 김씨의 소재가 불분명해 역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사전에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도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관계 당국은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신속히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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