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들은 그 한마디… 두 아이의 아빠로 새 삶을 얻었습니다”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13 14:49
입력 2026-10-13 14:49

이대비뇨기병원서 인공방광 수술 46세 이씨, 10년 추적관찰 마치고 완치 선언
암 투병 속 가임력 보존으로 얻은 쌍둥이 선물…“새 삶 선물해 준 의료진께 감사”

이대비뇨기병원 이동현 교수가 인공방광 수술 후 약 10년간 추적관찰을 받아온 환자,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화의료원 제공.


“오늘부로 방광암 졸업했습니다. 이제 외래에 안 나오셔도 됩니다.”

지난 1일 이대비뇨기병원 진료실. 이동현 병원장의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한마디가 정적을 깨뜨렸다. 순간 46세 이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청천벽력 같았던 암 진단을 받은 지 10년, 마침내 방광암이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씨의 시련은 2014년에 시작됐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증상으로 찾은 동네 병원에서 요도염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불편함 외에는 일상에 큰 지장이 없어 가볍게 넘겼지만, 그것은 소리 없이 찾아온 암의 신호였다. 결국 2015년 8월, 이 씨는 ‘방광암’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서른여섯. 암이라는 두려움도 크나큰 짐이었지만, 수술 후 삶이 어떻게 무너질지에 대한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평생 배에 소변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과 삶의 질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이 씨에게 빛이 되어준 이는 당시 인공방광센터장이던 이동현 교수였다. 2016년 12월, 이 교수는 이 씨의 방광을 절제한 뒤 소장의 일부로 새로운 방광을 만들어 주는 ‘인공방광 수술’을 집도했다. 소변주머니 없이 스스로 자연 배뇨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일상 복귀를 돕는 치료법이었다.



수술 결과 암은 이미 방광 근육층을 뚫고 들어가 골반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절제 림프절 41개 중 5개 전이)였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고된 6차례의 항암치료가 이어졌지만,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은 암 치료에만 머물지 않았다. 젊은 환자의 ‘치료 이후의 삶’까지 깊이 고찰했다.

특히 의료진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가임력 보존’이었다. 이 교수는 수술 전 이 씨에게 향후 결혼과 출산 가능성을 위해 정자 보관을 적극 권유했다. 암 투병이라는 눈앞의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 것이다.

이 씨는 고된 치료를 견뎌낸 후, 보관해 둔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결혼과 함께 소중한 쌍둥이 자녀를 품에 안았다. 수술 초기에는 배뇨 후 뻐근함이나 잔뇨감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의료진의 세심한 장기 관리와 환자의 의지가 더해져 점차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아갔다.

약 10년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으며 배뇨 및 신장 기능을 정밀하게 확인해 온 이 씨. 단 한 차례의 재발 없이 완벽히 회복한 그는 마침내 ‘방광암 완치’라는 기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씨는 “처음엔 수술 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벌써 10년이 흘러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족과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며, “제 상황을 깊이 배려해 인공방광 수술을 결정해 주시고 새 삶을 선물해 주신 의료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연간 200건 이상의 인공방광 수술을 시행하며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무수혈 수술법을 발전시켜 온 이동현 병원장은 “젊은 암 환자에게는 단지 암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치료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암 치료는 물론 삶의 질과 장기적인 건강까지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놓지 않았던 환자와 환자의 삶 전체를 돌본 의료진의 10년 동행. 그 따뜻한 신뢰가 만들어낸 기적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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