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하루를 곱씹는 노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자화상

김임훈 기자
수정 2026-10-13 00:58
입력 2026-10-13 00:58

수민 정규 2집 ‘디너모드’ 발매

첫 앨범 ‘너네 집’ 등 한대음 수상
에스파 히트곡 ‘아마겟돈’ 작업
K팝 주류 산업에서도 역량 입증

타이틀곡 ‘+82’… 한국 국가 번호
서울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수민.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퇴근길 도시의 소음을 뒤로하고 집 문을 닫아걸면 낮 동안 미처 살피지 못했던 사적인 감정이 비로소 고개를 든다. 세상이 요구하는 역할에 성실히 응하느라 바깥에 두고 온 마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격정이 치솟는 깊은 밤은 새벽과 다르다. 집에 막 들어와 하루의 침묵을 곱씹는 그 순간을 수민은 노래한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기획사 스탠다드프렌즈 회의실에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수민을 만났다. 2018년 첫 정규 ‘유어 홈’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솔로 정규 2집 ‘디너모드’에 대해 그는 “누군가에게 제 세계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그 안에 잠시 들어와 있도록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민이 디자인 스튜디오 룸마니아의 소요 대표와 작업한 정규 2집 ‘디너모드’의 앨범 커버.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수민은 작사·작곡·편곡과 보컬, 사운드 전반을 스스로 조율하는 전방위 창작자다. 첫 앨범 수록곡 ‘너네 집’과 슬롬과의 협업작 ‘미니시리즈 2’로 한국대중음악상을 두 차례 받았다. 에스파의 메가 히트곡 ‘아마겟돈’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보아, 아이유 등 K팝 최정상 곡 작업으로 주류 산업에서도 걸출한 역량을 입증했다. 그는 “예산 부족으로 직접 믹싱을 도맡던 초기를 지나 K팝 작업으로 확보한 경제적 여유가 자유도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일상과 맞닿은 생각들을 모아 작업 프로그램을 켜고 몰두한 기간이 1년 남짓이다. 가장 먼저 완성돼 앨범 중심을 잡은 타이틀곡 ‘+82’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의 국가 번호를 제목으로 삼은 이 곡은 서울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솔직한 자화상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82’는 단순히 욕망에 솔직한 노래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 속에서 살던 여자가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노래예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수민이 지난달 18~20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2026 SUMIN LIVE’에서 노래하고 있다.
스탠다드프렌즈 제공


수민은 지난달 18~20일 단독 콘서트에서 새 앨범 수록 9곡을 순서 그대로 불렀다. 마지막 트랙 ‘침몰’에 이르기까지 감정이 켜켜이 쌓이는 서사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침몰’은 타이틀에 준할 만큼 강렬한 곡이라 반드시 이 전개가 필요했다”며 “앞선 상처와 피로를 모두 끌어안고 ‘네가 지옥이라면 기꺼이 함께 침몰하겠다’는 결연한 헌신을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수민의 음악은 날것의 감정을 배설하는 태도와 거리를 둔다. 그는 “겪은 일을 그대로 쓰면 수필에 가깝지만, 가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야 하는 것”이라며 “모나고 거북했던 기억마저 치열하게 편집해 청자가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선을 찾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음악이 얌전해진 것은 아니다. 수록곡 ‘그냥’처럼 무력감을 가사로 표현하면서도 강렬한 클럽 튠으로 몰아치는 식이다. 수민은 “가사와 사운드를 서로 대비시켜 이질적인 감정을 부딪치게 만드는 작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인디와 대중음악을 인위적으로 가르지 않는다. 백명 앞이든 수천 명 앞이든 노래의 본질은 누군가에게 가닿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중예술도 그냥 예술”이라며 인디라는 이름 뒤에 숨는 태도를 경계했다.

“‘나는 인디 뮤지션이니까 덜 알려져도 당연하다’는 건 변명 같아요. 설령 닿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다가가려 손을 뻗었지만 닿지 못한 것으로 정직하게 받아들여야죠.”

김임훈 기자
2026-10-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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