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이어 중동 하늘길도 막혀… 산업계, 물류비 이중압박 ‘비상’

김지예 기자
수정 2026-10-13 00:55
입력 2026-10-12 18:06

우크라·이란 쪽 항공로 막힌 데다
‘대체’ 사우디 영공까지 위협 노출

한국 반도체 수출 90%가 항공 물류
해상 물류난에 이미 오른 항공비용
‘성수기’ 연말 더 상승… 문제 장기화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은 후 이용객들이 몸을 낮춘 채 화염과 연기 속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6.10.12.
AP 뉴시스


중동 분쟁 격화로 민간 공항과 항공기까지 피격되면서 국제 항공 운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러시아와 중동을 지나는 주요 항공로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사우디 영공까지 미사일과 드론의 위협에 노출됐다. 산업계에서는 해상 물류난에 항공 물류비 상승까지 이중 압박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후티가 지난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항공사들이 1000여편의 항공편을 취소하고 수십 편을 다른 공항으로 돌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지속적인 군사 활동과 항법 시스템 간섭에 따른 안전 위험을 이유로 미 항공사들에 사우디 운항 또는 영공 통과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항공고시보(노타·NOTAM)를 발령하고 이 경고가 오는 12월 10일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중동에서 비교적 안전한 항로였던 사우디 상공까지 위험해지면서 항공 운항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들에 사우디 전역 또는 상당 지역 상공 비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고, 영국과 호주는 자국민에게 사우디 리야드 공항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우크라이나 영공 폐쇄와 러시아의 서방 항공기 영공 차단 조치 이후 항공사들은 추가 비행시간과 연료비를 부담해 왔다. 여기에 올해 이란 전쟁 발발로 이라크 상공의 주요 항로까지 폐쇄되면서 사우디 영공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은 해상보다 우회 경로가 그나마 다양한 편이지만 일단 돌아가면 2~4시간은 더 걸린다”며 “연료를 더 실어야 하는 만큼 화물 적재량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공 폐쇄 등의 여파로 공급이 줄면서 항공 물류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항공화물 지표인 발틱 항공운임지수를 보면 9월 한 달 동안 항공 운임은 2.4%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 21.7% 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한국발 항공수출 운임에 따르면 이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운임은 500㎏ 기준 1㎏당 8287원으로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5670원)보다 46.2% 상승했다. 영국 런던행 운임도 같은 기간 1㎏당 6990원에서 8736원으로 25% 올랐다.



연말을 앞두고 물류 성수기가 다가오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회 항공기들이 좁은 회랑을 지나며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미 호르무즈 봉쇄로 해상 물류도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고비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인 물류비 압박은 한국 수출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과 신선식품, 의약품 등 차갑게 운송해야 하는 콜드체인 화물, 특수화물은 대부분 항공에 의존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90% 이상 수출 물량을 항공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항공 물류 차질로 운임 비용이 높아지면 수출과 수입 기업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예·송수연 기자
2026-10-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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