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일률적 연장보다 재고용” 경총, 日처럼 단계적 도입 제안

김지예 기자
수정 2026-10-12 01:41
입력 2026-10-11 21:42
日, 60세 정년·65세까지 재고용
“기업 선택권 보장해 부담 완화
청년 고용 위축 최소화할 대안”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보다는 일본처럼 ‘재고용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청년 고용 위축을 최소화하고 기업 인건비 부담도 낮춰야 노년 고용 증대가 모든 경제 주체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현지 기업을 방문해 고령자 고용정책을 조사한 뒤 ‘일본의 정년연장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1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을 통해 재고용 중심의 65세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도입했다.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하고 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으로 21인 이상 기업의 67.4%, 301인 이상 기업의 79.4%가 재고용 제도를 선택했다. 재고용 의무화에는 25년이나 걸렸다. 2000년에는 기업이 노사 협의로 건강, 근태 등 기준을 통과한 근로자만 선택적으로 재고용하게 했고, 지난해에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재고용하도록 강화했다.
부담은 노사정이 함께 했다. 근로자는 재고용 과정에서 정년 직전보다 낮은 임금을 수용했다. 2010년 기준 재고용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정년 직전의 68.4% 수준이었다. 기업은 직무 재설계와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도입하면서 고령자를 계속 고용했고, 정부는 임금 삭감분의 일부를 지원했다.
이런 제도의 배경에는 청년 고용 문제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청년 취업 빙하기를 겪으며 고령자 고용과 청년 일자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경총은 “일본은 당시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고용 등 다양한 수단을 대안으로 인정하고 재고용 선별권 보장을 통해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높였다”며 “청년 신규채용 여력을 지켜 세대상생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일률적인 정년연장제도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가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그만둔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자 고용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희망퇴직을 늘리거나 신규채용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2026-10-12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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