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용인 12년 당겨도 부족”…호남 반도체 ‘3분의 2 규모’ 속도전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수정 2026-10-09 17:24
입력 2026-10-09 17:14

광주 군공항 첫 방문…SK하이닉스 400조 투자 속도
전력·용수 늦어도 선착공 검토…용인과 병행 가능성
총수 직접 추진 의지 밝혀…호남 투자 지연 우려 덜어
“땅·수요 더 있으면 확대”…추가 투자 여지도
민형배 “기반시설부터 인재·정주 여건까지 뒷받침”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9일 광주 탄약고 부지를 방문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를 처음 찾아 “현재까지는 용인의 3분의 2 정도 사이즈를 계획하고 있다”며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해 용인과 호남 공장을 병행 건설하고,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에 앞서 공사를 시작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400조원 규모의 호남 투자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가 붙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광주 군공항 부지와 탄약고 이전 예정지를 둘러봤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으로부터 부지와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보고받은 뒤 경영진에게 “정부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업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AI 수요 급증…증설 넘어 새 생산거점 확보생산시설 확충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있다. 최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체 건설 일정을 12년 앞당겼지만 이마저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는 용인과 전남광주에서 공장을 병행 건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대내외 간담회에서도 AI 시대를 선도하려면 향후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기존 거점의 증설을 앞당기는 동시에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중장기 공급 능력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용인 클러스터 조성이 끝난 뒤로 호남 투자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덜고, 수요에 따라 두 거점의 생산시설을 동시에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반도체 경쟁에서는 기술력과 함께 생산시설을 제때 확보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부지 조성과 공장 건설, 생산설비 구축에 시간이 걸려 투자 결정이 곧바로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현장 점검도 수요 확대에 맞춰 제품 공급 시점을 최대한 당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호남 생산시설을 당초 구상보다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획된 SK하이닉스 팹 2기를 넘어 추가 투자할 여지를 남겼지만 구체적인 투자액이나 팹 수는 제시하지 않았다.

공사 먼저 시작해도…가동 시점엔 전력·용수 필수기반시설 구축과 공장 건설의 병행 추진 의지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설사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만 있으면 먼저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건설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먼저 할 수 있는 공사를 진행해 전체 사업 기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착공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국가의 전력·용수 공급 계획과 SK하이닉스의 공사 일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언제인지는 좀 더 스터디를 해야 되기 때문에 언제인 것까지는 오늘 답을 못 드리지만 최대한 빨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건설을 앞당기더라도 실제 생산에는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이 필수적이다. 선착공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가동에 맞춰 기반시설을 완성해야 일정 단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의 건설 계획과 정부·지자체의 기반시설 공급 계획을 얼마나 정밀하게 맞추느냐가 실행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9일 광주 탄약고 부지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반도체 팹 구축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군공항 부지 단계적 개발…2030년 첫 양산 목표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호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신규 클러스터 조성 구상을 밝힌 뒤 경영진이 10여 차례 광주 현장을 방문하며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투자 구상까지 더하면 총 800조원을 투입해 양사가 팹을 각각 2기씩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주 군공항 일대는 지난 7월 29일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산단 설계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통합특별시는 전체 국가산단 예정지 약 820만㎡ 가운데 탄약고 이전 예정지와 민원해소부지 등 약 208만㎡를 우선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군공항 이전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활용 가능한 부지부터 확보해 공장 건설을 앞당기려는 것이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목표는 2030년 6월 반도체 초도 물량 생산이다. 입주협약과 인허가, 설계 및 부지 정비를 진행하고 부지 인도 일정에 맞춰 공장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군부대 분산 배치와 군사보호구역 해제, 국가산단 지정 등 절차가 남아 있어 관계기관 간 조율이 필요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인허가와 기반시설 구축 등 행정 지원을 서두르고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 마련도 병행할 방침이다. 민 시장은 최 회장의 투자 의지에 감사를 표하며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최적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부지·전력·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은 물론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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