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인 잠 깨운다고? 뒤척인 것은 사람이 먼저였다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10 10:00
입력 2026-10-10 10:00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약 1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에 이르고 반려견 양육 가구는 약 455만 가구에 이른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일상생활 대부분을 반려견과 함께, 심지어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반려견과 침대를 같이 쓰면 잠을 설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 반대라면?

캐나다 토론토대 인류학과, 토론토 미시소거대 인류학과,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공동 연구팀은 반려견과 함께 자더라도 사람의 수면 시간과 수면 효율에는 변화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한밤중에 먼저 뒤척이는 쪽은 개보다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10월 8일 자에 실렸다.


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눠 자는 수면 패턴을 갖고 있어 밤에 몰아서 자는 사람과는 수면 리듬이 다르다. 이 때문에 개와 사람이 함께 자면 사람의 잠이 방해받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연구팀은 사람과 반려견이 밤사이 서로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주목했다.

반려견과 한 침대를 사용하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로는 수면의 질과 양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히려 사람이 움직이면서 반려견의 잠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언스플래쉬 제공




연구팀은 2021년 11~12월 약 4주 동안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성인 25명과 그들이 키우는 반려견 38마리를 관찰했다. 품종에 따른 활동량 차이를 줄이기 위해 2~12살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래스칸 맬러뮤트만 참여시켰다. 사람은 손목에, 개는 목줄에 움직임을 1분 단위로 기록하는 활동량 측정기(액티그래피)를 부착했다. 관찰이 끝난 뒤에는 실험 기간 동안 잠의 질을 스스로 평가하는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 설문을 진행했다. 참가자 중 개와 항상 한 침대에서 잔다는 사람은 4명, 가끔 함께 잔다는 사람은 10명, 같이 안 잔다는 사람은 11명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이 잠든 시간대를 기준으로 사람과 개의 움직임을 1분 단위로 맞춘 뒤 한쪽이 움직인 직후 다른 쪽도 따라 움직이는지를 앞뒤 5분 범위에서 비교했다. 두 대상의 활동 상태가 얼마나 함께 변하는지를 -1부터 +1 사이 값으로 나타내는 통계 지표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6.23시간, 잠자리에 누워 있던 시간 중 실제로 잔 비율인 수면 효율은 79.3%였다. 0~21점 범위로 점수가 높을수록 잠의 질이 나쁘다는 뜻인 PSQI 평균 점수는 6.84점이었다. 개가 침대에서 자는지, 따로 자는지 등은 측정기로 잰 총 수면 시간과 수면 효율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의 밤 활동량 역시 잠자리 위치나 함께 사는 가족 수, 음식 섭취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는 사람은 한 마리만 키우는 사람보다 스스로 느끼는 잠의 질이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기 기록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객관적 수면과 주관적 느낌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과 개의 밤 활동은 서로 연동돼 있었다. 개가 많이 움직인 밤에는 사람도 많이 움직였다. 사람과 개 36쌍을 분석한 결과 22쌍(61%)에서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개가 뒤따른 경우가 10쌍(45%)으로 가장 많았고 1분 안에 함께 움직인 경우가 8쌍(36%), 개가 먼저 움직인 경우는 4쌍(18%)으로 나타났다. 개가 먼저 움직인 4쌍도 모두 개가 침대 밖에서 자는 경우였다. 이는 개가 주인의 잠을 깨운다고 본 기존 연구와는 반대되는 결과로 실제로도 참가자의 84~88%가 개 짖는 소리나 움직이는 소리 때문에 깬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진화인류학자로 이번 연구를 이끈 데이빗 샘슨 캐나다 토론토 미시소거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가 사람 잠에 미치는 영향만 주로 살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양방향 영향을 1분 단위로 추적하고 품종 차이까지 통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람과 개는 최소 1만 5000년 동안 함께 진화하며 서로의 몸짓과 감정을 읽는 능력을 키워 온 만큼 밤에도 서로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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