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읽고 쓸 수 있도록… 한글의 정신, 번역가 일과 같아요”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수정 2026-10-09 01:11
입력 2026-10-09 00:13

번역아카데미 수료·재학생 4인

드라마·웹툰 등 모국에 전달 뿌듯
계속 생겨나는 ‘신조어’엔 당황
왼쪽부터 오림(중국어), 리마 무카르지(영어), 이사벨 고메즈(스페인어), 블라소바 마리아(러시아어).
도준석 전문기자


“한글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든 글자잖아요. 세상을 언어로 연결하려는 그 마음은 번역가가 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한글이 품은 소중한 소리를 저의 모국어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합니다.”(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18기 재학생 이사벨 고메즈)

말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한국적인 것’의 범주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지금, 번역가가 하는 일은 어쩌면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머나먼 한국에서 혈혈단신 한국어와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글날 제정 100주년(9일)을 앞둔 지난 7일 만났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수료생·재학생 4명, 리마 무카르지(인도·영어), 오림(중국·중국어), 블라소바 마리아(러시아·러시아어), 이사벨 고메즈(스페인·스페인어)다.


“한국어는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면 좋다고 들었죠. 수많은 드라마를 봤는데, 한국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번역이 왜 이렇지?’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날 드라마 ‘도깨비’(2016)를 보면서 번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답답해서 직접 나선 것이죠.”(마리아)

다들 드라마에서 시작해 웹툰 그리고 문학까지 깊이 들어왔다. 애정을 갖고 시작했음에도 난관은 있다. ‘살아있는’ 언어인 만큼 계속 생겨나는 ‘신조어’가 자주 발목을 잡는다.

“한국어에 ‘관종’이라는 신조어가 있잖아요. 중국어로 옮길 때 무척 까다로웠어요. 이 단어가 문학 안에서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았거든요.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해야 하는데, 번역자로서는 참 난감하더라고요.”(오림)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체계 가운데 창제의 주체와 시기, 이유가 뚜렷하게 알려진 것은 한글이 거의 유일하다. 세종대왕의 결단이 없었다면, 말과 글의 불일치 속에서 여전히 ‘제 뜻을 펼치고자 하여도 펼치지 못하는 이’가 많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들 역시 그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무카르지는 “불과 100년 전에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한글을 지키고자 시작된 한글날이 이제는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부럽다”고 말했다.

그저 지나가는 유행일까 아니면 전 세계에서 쓰이는 보편적인 언어로 자리매김할까. 한국어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오늘, 한글과 한국어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오경진 기자
2026-10-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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