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농민에 한발 더 뺀 농지 처분… CPTPP도 연내 가입 안 한다

김중래 기자
수정 2026-10-09 01:11
입력 2026-10-08 20:10

투기 아닌 상속·고령 농지 처분 제외
정부 ‘농지 특별조치법’ 연내 추진
李 “농어민 신뢰 회복이 우선” 당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조사 후속 조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상속받은 농지,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짓지 못해 쉬고 있는 농지, 그래서 남에게 관행적으로 빌려준 농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로지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 행위만 처벌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의 연내 가입을 신청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농심(農心) 이탈을 우려한 정부가 강한 동력을 실어 추진한 정책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속·고령·관행적 임대차·영농 곤란 농지·농업용 시설 등 명백한 투기 행위가 아닌 사유라면 이번 조사 결과로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지를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 기간을 두는 내용의 특별조치법을 10월 중 발의하고 연내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지법 규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확인돼도 농지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처분 절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별조치법에 따른 처분 제외 대상에는 투기 행위와 관련 없는 모든 농지가 포함된다. ▲상속받은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급경사지 등 영농 곤란 농지 ▲미허가 농업용 시설 등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휴경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위탁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처벌 대상은 명백한 투기로 좁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속이 아닌 이유로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임대했을 때, 경매 등으로 지분을 취득하며 허위 영농계획서를 냈을 때, 농업법인으로 농지를 취득해 쪼개 팔거나 임대했을 때 등이다. 송 장관은 “조사의 취지만 반복적으로 설명해서는 농업인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내 농지는 어떻게 되는지 농민 한 분 한 분에게 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농민의 반대가 컸던 CPTPP 가입도 연내 신청을 보류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시한을 정해놓기보다 진정성을 갖고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지속적으로 대화해줄 것을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농어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가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CPTPP는 글로벌 통상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선택지”라면서도 “무엇보다 정부와 농어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김중래·서울 김진아 기자
2026-10-09 4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