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갑에 ‘6만원’…흡연 줄이려던 호주의 뜻밖의 결과 [월드픽]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수정 2026-10-09 19:14
입력 2026-10-08 17:13
서울 시내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흡연을 줄이기 위해 담뱃세를 꾸준히 올린 호주에서 불법 담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합법 담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저렴한 불법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흡연율 하락에도 니코틴 소비량은 증가하고 세수는 줄어 담뱃세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의 합법 담배 가격은 2016년 말 이후 약 3배로 올랐다. 현재 한 갑 가격은 약 60호주달러로, 약 5만 7000원에 달한다. 가격의 70% 이상은 세금이다.


합법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불법 제품과의 가격 차이도 벌어졌다. 호주 담배 규제당국은 지난해 불법 담배가 전체 담배 시장의 약 5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에 쓰인 돈은 연간 약 85억 호주달러, 한화 약 8조원에 이르렀다.

불법 시장이 확대되자 담뱃세 인상을 중단하거나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호주 상원은 지난달 불법 담배 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추가 증세 중단과 대폭적인 세율 인하를 권고했다. 야당인 자유당과 원네이션도 세금을 낮춰 합법 담배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며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의 14세 이상 흡연율은 2023년 8.3%에서 2025년 5.6%로 하락했다.



반면 하수 분석을 통해 추정한 니코틴 소비량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 증가했다. 불법 담배 소비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뱃세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60억 호주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세수는 2025년 절반 이하로 줄었다. 호주 재무부는 2030년에는 약 20억 호주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정부는 2024년 이후 불법 담배 단속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판매 경로가 온라인과 임시 판매점, 이발소 등으로 확산하면서 단속만으로 시장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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