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앞세우던 가전 광고, ‘소비자 체감형’으로 진화…복잡한 AI 기능도 한눈에

곽소영 기자
수정 2026-10-08 17:09
입력 2026-10-08 17:09
LG전자·미디아·밀레 등 직관적 광고 확산
로봇청소기가 외벽 청소하고 광고판 녹는 연출
제품 보여주던 광고서 기능 체감형 광고로 진화
LG전자 제공
인공지능(AI)으로 가전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한눈에 보여주려는 가전 업계의 광고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옥외 광고의 효과가 커지면서 한 장면으로 소비자가 가전 기능을 한눈에 체감하도록 만든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로봇청소기 ‘로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중구 명동의 대형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를 활용했다. 기름때와 딸기잼이 건물 외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구현한 뒤 100도 스팀을 뿜는 로니가 등장해 얼룩을 닦아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단순히 대형 화면에 로봇청소기 제품을 보여주는 대신 건물 외벽 자체를 로봇청소기가 청소해야 할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LG전자는 각 광고판의 형태에 맞춰 기름이 흘러내리는 방향과 로니의 움직임을 다르게 연출했다.
8일 LG전자에 따르면 로니 광고가 송출된 지 한 달 만에 ‘LG 로봇청소기’ 관련 온라인 검색량은 전월 대비 180% 이상 증가했다. 로니의 초기 판매량도 LG전자의 기존 흡입·물걸레 겸용 로봇청소기 모델보다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광고 효과를 입증했다.
미디아 캡처
중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등장했다. 중국 가전업체 미디아(Midea)는 지난여름 충칭에서 광고판 자체가 폭염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광고판이 뜨거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축 늘어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통해 충칭의 무더위를 시각화하고, 집 안에서는 미디아의 스마트 가전으로 시원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단순히 ‘에어컨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대신 소비자가 광고판을 통해 먼저 더위를 느끼게 만든 것이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Miele)도 제품의 핵심 기능을 옥외광고의 형태로 구현했다. 밀레 스위스는 지난해 무선청소기 ‘듀오플렉스’의 흡입력을 강조하기 위해 포스터에 청소기가 한쪽 모서리를 실제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3D 이미지를 적용했다. 평면적인 광고판에 ‘강력한 흡입력’이라는 문구를 넣는 대신 포스터 자체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시를 활용해 제품의 성능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광고업계에서는 가전의 옥외광고가 단순히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노출 수단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에게 제품 기능을 간접 체험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TV를 비롯한 전통적인 영상광고의 인기가 떨어지는 가운데 옥외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데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하면 장소와 건물 구조에 맞춰 입체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에 AI 기능이 많아지면서 소비자에게 짧은 시간 안에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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