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아, 고마워!”...LG 레전드들이 잠실에 보낸 편지
박현진 기자
수정 2026-10-08 14:29
입력 2026-10-08 13:26
LG 트윈스가 정들었던 잠실구장과 작별을 했다.
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전은 LG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물론 포스트시즌 경기도 잠실에서 치러지겠지만 내년부터는 잠실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한 대체구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규시즌 홈경기는 이제 더이상 없다.
LG의 마지막 잠실구장 홈경기를 추억하기 위해 2만375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차 올시즌 47번째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이로써 LG는 홈경기 최종 누적관중 162만 2238명을 기록하며 잠실구장 역대 단일시즌 최초로 160만 관중을 돌파하며 아름다운 추억 한 장을 추가했다.
마지막 홈경기를 맞아 LG의 레전드 타자 두 명이 나란히 시구자로 나섰다. 이병규 LG 2군 감독과 박용택 KBS 해설위원이다. 이 감독은 “여기서 야구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잠실구장이 있어서 나도 있을 수 있었다. 1997년 4월15일 첫 타석과 2016년 10월 8일의 마지막 타석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돈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박 위원도 “1990년 6월 3일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저기서 뛰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실제로 42살까지 뛰었던 곳이다. 어제 잠들기 전 문득 가슴이 찌릿했다. 그동안 고마웠고 즐거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잠실구장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 감독은 대표적인 투수친화적 구장으로 꼽히는 잠실구장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타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은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다. 넓어서 참 공을 치기가 좋다. 좁은 구장에 가면 타구를 보낼 곳이 없다. 그래서 편하고 기분이 좋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잠실구장에서 유일하게 30홈런-30도루도 했다”고 설명한 뒤 “잠실 30-30은 영원히 이병규의 것”이라며 만세를 불렀다. 지금까지 30홈런-30도루는 7차례 기록됐지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 선수 중에는 이 감독이 1999년 유일하게 달성했다.
박 위원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선수 시절에는 작은 구장을 썼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기록을 뒤져보면 홈에서 성적이 더 좋았다. 그만큼 편했고 좋은 기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잠실에서 보낸 암흑기를 돌이키며 가을잔치 단골이 된 지금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0월 5일 페넌트레이스 2위를 확정지으면서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진출했을 때가 기억 난다. 펑펑 울면서 팬 앞에 절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2등을 한 것이 그렇게 울일인가 싶다”고 돌이킨 뒤 “요즘 분위기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선수들은 망했다고 자책하더라. 그 정도로 강팀이 됐다는 얘기다. 가을야구도 마음껏 즐기고 다음 시즌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그 경기는 나도 기억이 난다. 그 때 유희관의 커브를 받아쳐서 결승타를 때렸고 수위타자에도 올랐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감독은 새로 들어설 돔구장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그는 “잠실구장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너무 슬펐을 것 같다. 그래도 이곳에 최신 시설이 들어와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 뒤 “새 구장 개장 때도 시구를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위원은 “새구장도 두산과 함께 쓰게 될텐데 영구결번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도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야구는 인생이라고 흔히들 얘기하는데 정말 여기에서 좋은 일도 많이 겪었고 힘든 시기도 보냈다”며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신인선수로 첫 경기 출장한 곳도, 첫 안타를 때린 곳도 잠실구장이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 감독 때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뒤 우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 몰래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펑펑 운 기억도 난다(당시 한국시리즈는 5~6차전을 중립지역인 잠실구장에서 개최했다) ”고 옛 기억을 꺼내보였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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