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흡수하는 ‘원자핵 시계’… 미지의 암흑물질 비밀 풀릴까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08 00:34
입력 2026-10-08 00:34
국제 공동연구팀 토륨-229 활용
기존 원자시계보다 1000배 민감
암흑물질 미세한 출렁임 찾아내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 제공
인류는 70년 넘게 원자시계로 시간을 측정했다. 원자시계는 원자 속 전자가 두 에너지 상태를 오갈 때 흡수하는 빛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한다. 이 진동수에 레이저나 마이크로파의 박자를 맞추고 그 진동을 세는 방식으로 1초를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원자 속 전자 대신 원자핵을 진자로 쓰는 ‘원자핵 시계’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오스트리아 빈 공대, 독일 연방물리기술청, 체코 과학기기연구소가 주도한 공동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 토륨-229 원자핵이 레이저 빛을 흡수하는 신호를 이용해 레이저 주파수를 스스로 바로잡는 방식의 원자핵 시계를 최초로 개발했다. 이 시계는 사람이나 기존 원자시계의 개입 없이 하루 동안 연속으로 작동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10월 8일 자)에 실렸다. 중국 칭화대, 베이징 양자정보과학 학술원을 중심으로 14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중국 연구팀도 똑같은 방식으로 원자핵 시계를 구현하고 같은 날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두 연구팀은 똑같은 원자핵 시계를 개발했지만 접근법은 달랐다. 칭화대 팀은 카드뮴 증기를 이용해 약 10㎼(마이크로와트) 출력의 강한 148㎚(나노미터) 레이저를 만들었다. 빈 공대 팀은 레이저 출력은 낮지만 시계 몸체 역할을 하는 결정에 토륨을 더 많이 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든 두 원자핵 시계 주파수는 10의 -15승(1000조분의 1) 수준까지 일치했다.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 제공
두 겹으로 싸인 원자핵 시계는 초 단위의 빠른 흔들림을 빛을 가두는 광공진기가 잡을 수 있게 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공진기가 서서히 밀리는 현상은 토륨 원자핵의 흡수 신호가 바로잡게 했다. 시간을 유지하는 원자핵 시계의 몸체는 지름 3.1㎜, 길이 4.2㎜의 작은 결정이다. 진공 용기 안은 약 21.5도 실온이었고 별도의 온도 제어 없이도 변동 폭은 ±0.5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또 레이저가 지나는 경로에만 토륨-229 원자핵 약 1경 개를 배치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완성한 시계를 이용해 곧바로 암흑물질 탐색에 나섰다. 암흑물질은 매우 가벼운 미지의 입자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입자가 물질과 아주 약하게라도 상호작용하면 전자기력이나 강한 핵력의 세기를 정하는 기본 상수가 일정한 주기로 미세하게 출렁이는 데, 특히 토륨-229는 이런 출렁임에 민감하다.
연구팀은 암흑물질로 인한 미세한 출렁임을 잡아내기 위해 이번에 개발한 원자핵 시계와 원자번호 70번 이터븀을 이용한 광학 원자시계의 박자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의미 있는 신호는 찾지 못했지만 암흑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강한 핵력과 쿼크 질량에 대한 결합은 기존 원자시계보다 최대 1000배 더 깊은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실험 양자물리학자인 토르스텐 슈움 오스트리아 빈 공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원자핵 시계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6-10-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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