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시작해 세계와 영화 나눠… 나이 많아도 기회는 포기하지 말라”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08 00:21
입력 2026-10-08 00:21

부국제 ‘亞영화인상’ 양자경

“영화는 제 인생… 많은 것들 배워
할리우드 소수자서 역할 넓혀가
이창동 등 韓감독과 작업하고파”
배우 양쯔충(양자경).
연합뉴스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그동안 영화에서 배웠습니다. 영화는 제 인생입니다.”

4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배우 양쯔충(양자경·64)은 지금도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뛴다. 새로운 영화에 도전하는 건 그에게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양쯔충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장이 뛰고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여전히 추구한다”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 새 도전을 꿈꾸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강조했다.

‘더 레이디’(2011) 이후 15년 만에 부국제를 찾은 양쯔충은 전날 열린 개막식에서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영화인에게 주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부국제와 마찬가지로 저도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왔다”고 한 그는 “우리는 모두 아시아에서 시작해 세계로 나가 우리의 영화와 문화를 나누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그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발레리나를 꿈꿨던 그는 홍콩에서 영화 ‘예스마담: 황가사저’(1985)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007 네버 다이’(1997), ‘와호장룡’(2000)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로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때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할리우드에 처음 갔을 때 가장 큰 충격은 제가 ‘마이너리티’(소수자)라는 사실이었다. 주어지는 역할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 고정관념에 갇힌 역할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007 네버 다이’와 ‘와호장룡’ 등을 거치면서 그런 이미지만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조금씩 역할의 폭을 넓혀갔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인들과의 협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함께 일하고픈 한국 감독을 묻자 “‘가능한 사랑’을 봤다. 이창동 감독님과의 작업을 매우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과도 작업해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양쯔충은 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에서 주연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바이쉐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사기 피해로 집을 잃고 양로원에서 지내게 된 자오(양쯔충)가 한때 매직 큐브 세계 챔피언이었던 청년을 만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이날 큐브를 직접 가져온 양쯔충은 “큐브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삶도 마찬가지”라며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기회는 찾아올 수 있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김기중 기자
2026-10-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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