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인데 학생들은 “돈 써라”… 佛 ‘재정난 딜레마’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수정 2026-10-08 00:21
입력 2026-10-08 00:21

25만명 거리 나와 교육 개선 시위
물가상승률 못 미치는 예산 규탄
국채 금리 급등… 재정 여력 없어
정부 “긴축 통과 못하면 강제 집행”

프랑스 고교·대학생들이 6일(현지시간) 파리 나시옹 광장의 ‘공화국의 승리’ 동상을 둘러싸고 모여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과 예산 확충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가 교육 예산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와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불어난 나랏빚을 줄이려면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긴축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어느 쪽도 택하기 어려운 재정 딜레마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시민 25만여명(정부 추산)이 거리로 나와 교육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시위대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행진하며 교사 부족과 과밀 학급, 낡은 학교 시설 문제를 규탄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서면서 충돌이 격화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해 지난 5일에는 전국 고교 3700여개 중 470여곳이 전체 또는 부분 휴교했다. 시위 이후 체포된 인원만 5000여명이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이 오는 8일 중고생과 대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추가 시위를 예고해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학생과 교사들은 수년간 정체된 교육 예산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프랑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의 중등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2010년 1만 1910유로에서 2024년 1만 1660유로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정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교육 예산의 증가율은 1.7%에 그쳐 물가상승률에 못 미쳤다.

정부로선 시위대의 요구대로 재정을 추가로 풀 여력이 없다.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3조 5955억 유로(약 5407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한다. 재정 불안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5%에 육박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1.4%포인트까지 벌어져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국가 부채 이자 비용은 올해 790억 유로, 내년에는 910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 적자 감축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GDP의 5.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재정 적자를 5%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430억 유로 규모의 재정 절감 방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 1일 발표한 바 있다. 레스퀴르 장관은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분열된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표결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회를 우회한 강행 처리는 정치적 반발을 부르며 정국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희선 기자
2026-10-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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