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때리고 성폭행해 숨졌는데 약 발라줬다고 살인 무죄?…2심서 재검토한다
하승연 기자
수정 2026-10-07 15:43
입력 2026-10-07 15:43
재판부, ‘피해자 제때 이송 시 생존 가능성’ 신경외과 전문심리
1심 재판부 “약 발라주는 등 살인 고의 없어” 징역 13년 선고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를 제때 병원으로 옮겼다면 생존할 수 있었는지를 의학적으로 따져보기로 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이은혜)는 이날 A(30)씨의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을 당시 곧바로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겼다면 생존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의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의견을 들은 뒤 오는 12월 16일 공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월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과 연락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서 이틀간 피해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경찰은 A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만 적용해 구속 상태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의 얼굴에서 심한 멍 자국이 발견된 점과 과거 A씨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 이력을 토대로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피해자에게 ‘벌금’ 명목으로 돈을 빼앗고 강제로 성폭행하는 등 유사강간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피해자가 실신한 뒤에도 A씨가 곧바로 구조를 요청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뇌출혈’, ‘동공 움직임’ 등을 검색하며 약 1시간 동안 피해자를 방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로부터는 피해자의 사인이 외부 충격에 따른 두부 손상이라는 감정 결과도 받았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A씨에게 단순 상해치사가 아닌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 측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죄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살핀 끝에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급소나 위험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피해자가 간 질환을 앓고 있어 강하지 않은 충격에도 외상성 뇌출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였던 점도 고려했다.
폭행 과정에서 흉기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 뒤늦게나마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 동행한 점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판단했다.
폭행 중 피해자에게 약을 발라주거나 얼음찜질해 준 행동 역시 살인의 고의와는 배치되는 정황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보다 형량이 낮은 강도치사 및 유사강간치사 혐의는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형량도 가볍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와 함께, 피해자가 쓰러진 뒤 적절한 시점에 치료받았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승연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