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며 냅다 ‘쾅’…성지라던 日 ‘황궁 러닝’, 이젠 비매너 난장판 [월드픽]

김성은 기자
수정 2026-10-07 10:07
입력 2026-10-07 10:00
일본 도쿄에서 일왕이 거주하는 궁궐 둘레를 달리는 ‘황궁(皇居) 러닝’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부 러너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보행자와 마찰이 잦아지자 관할 지자체가 직접 현장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TV 아사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구는 황궁 주변 인도에서 러너와 보행자 간 갈등이 지속되자 구의회를 통해 러너들의 위반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어떤 위험 요인이 발생하는지 현황부터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황궁 러닝은 일왕이 사는 황궁 주변 약 5㎞ 코스를 도는 달리기다. 코스 내내 신호등이 전혀 없어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러너들 사이에서는 ‘달리기의 성지’로 통한다. 2007년 ‘도쿄 마라톤’ 개최를 계기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나루히토 일왕도 왕세자 시절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 코스를 달린 적이 있다.
사실 황궁 러닝 코스에는 이미 정해진 안전 수칙이 존재한다. 2013년 지요다구와 경찰 등이 참여한 지역위원회가 이용 매너를 마련했다. 인도 가로막지 않기, 좁은 곳에서는 한 줄로 달리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기, 보행자 먼저 배려하기, 휴대전화 등을 보며 달리지 않기 등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러너들의 도 넘은 비매너 행태 때문에 “아예 달리기를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다.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하며 달리거나 정해진 방향과 반대로 내달리는 역주행 러너도 쉽게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요다구 관계자는 “뒤에서 달리던 러너가 위협적으로 길을 비키라고 요구하거나 보행자와 직접 충돌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요다구는 이번 회계연도 내로 실태 조사를 마무리한 뒤 방범 카메라 추가 설치나 주의 안내판 확대 등의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러너 스스로 매너를 지켜 보행자와 러너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발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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