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 심근증 돌연사 위험, 좌심방 변형률로 더 정밀하게 가려낸다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07 10:00
입력 2026-10-07 10:00
기존 저·중간 위험군서 LARS 21% 미만이면 돌연사 관련 사건 위험 6배↑
서울대병원 연구팀, 환자 1761명 6.8년 추적…위험평가 정확도 향상 가능성
비후성 심근증은 유전적 요인 등을 바탕으로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환자에 따라 증상과 경과가 크게 다르며, 일부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실성 부정맥이 발생해 심정지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찾아 삽입형 제세동기(ICD) 등 예방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임상에서는 나이, 좌심실 벽 두께, 좌심방 크기, 실신 병력, 심실성 부정맥 병력, 돌연사 가족력 등을 종합해 5년 내 돌연사 위험을 추정하는 HCM Risk-SCD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저위험 및 중간위험으로 분류된 환자 가운데서도 돌연사 관련 사건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어 추가적인 위험 분류 지표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좌심방의 기능에 주목했다. 좌심방은 폐에서 들어온 혈액을 받아 좌심실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LARS는 좌심방이 혈액을 받아들이는 동안 심방벽이 얼마나 잘 늘어나는지를 심장초음파 영상으로 측정한 값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좌심방의 이완 및 저장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2007~2023년, 삼성서울병원에서 2007~2017년 진단받은 성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 1,761명을 대상으로 중앙값 6.8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에는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와 메드트로닉 코리아 강영현 연구원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설명 가능한 기계학습 기법인 LightGBM과 SHAP 분석을 활용해 돌연사 관련 사건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를 선별하고 기준값을 찾았다. 그 결과 LARS가 분석 대상 10개 변수 가운데 사건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나타났으며, 약 21%를 기준으로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추적 기간 동안 돌연사, 심정지 후 소생, 생명을 위협하는 심실성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한 ICD의 적절한 작동 등으로 정의한 ‘돌연사 관련 사건’은 69명(3.9%)에서 발생했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LARS가 21% 미만인 환자는 21% 이상인 환자보다 돌연사 관련 사건 위험이 약 5배 높았다. 기존 위험점수와 좌심실 박출률, 심첨부 심실류 등의 영향을 보정한 보정 위험비는 5.01이었다.
특히 기존 위험점수에서 저·중간 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만 분석한 결과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LARS가 21% 미만인 환자의 돌연사 관련 사건 위험은 21% 이상인 환자보다 약 6배 높았으며, 보정 위험비는 6.13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 HCM Risk-SCD만으로 분류한 저위험군과 중간위험군 사이에서는 돌연사 관련 사건 발생 위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점수만으로는 저·중간 위험군 내부의 위험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기존 위험점수에 LARS 21% 미만이라는 정보를 추가하자 5년 내 돌연사 관련 사건 발생 여부를 구분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AUC가 0.63에서 0.73으로 유의하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 1,44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같은 연관성이 유지됐으며, 심장 MRI로 확인한 심근 섬유화까지 보정한 887명 대상 분석에서도 결과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곧바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진료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관찰연구로, LARS를 기준으로 치료 방침을 달리했을 때 실제로 돌연사나 사망을 줄일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LARS 21%라는 기준을 임상적 치료 결정에 활용하려면 독립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곽순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존 평가에서 저·중간 위험으로 분류된 비후성 심근증 환자도 위험이 모두 같지는 않다”며 “심장초음파로 측정한 좌심방의 움직임이 이들 환자의 돌연사 위험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김형관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에서는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를 정확히 찾아 적절한 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좌심방 기능을 기존 위험요인과 함께 평가하면 보다 면밀한 관찰과 급사 예방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초음파학회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Echocardiography(JAS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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