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주호민, 대법원 앞 호소 “자폐 아들, 녹음 못 하면 스스로 어떻게 지키나”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수정 2026-10-07 07:36
입력 2026-10-07 07:36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 주최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6.10.6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발달장애 아동 등의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제3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 적용의 ‘예외’를 두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주씨는 지난 6일 오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10개 장애인 단체가 함께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말하거나 증거를 남기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법이 닿을 수 있는 기준을 세워 달라”고 밝혔다.


주씨는 “내 아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사건 당시 9살이었던 아들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며 “아이 엄마가 대신 한 녹음은 1심에서 학대 사실을 밝히는 증거가 됐지만 2심에는 부모가 했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말이 녹음됐는데도 누가 버튼을 눌렀느냐에 따라 그 목소리가 재판에서 지워졌다”며 “모든 교실에 녹음기를 들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CCTV도, 증인도 없는 곳에서 피해를 설명할 수도, 증거를 남길 수도 없는 사람에게 녹음마저 허용치 않으면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 주최 제3자 녹음금지 예외 촉구 2차 기자회견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6.10.6 연합뉴스




주씨는 ‘녹음 금지 예외 인정, 학대 피해 방어권 보장!’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고, 회견 이후엔 2만 4000여명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직접 제출했다.

주씨는 탄원 참여자들을 두고 “우리 가족을 잘 모르시는데도 서명해 주셨다. 한 아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의 문제임을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아이는 청소년이 돼 조금씩 자기 말을 배워 간다. 자기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하길 바라며 그날까지 내가 대신 말하겠다”고 말했다.

子가방에 녹음기 넣어 교사 발언 녹음…2심 “녹취증거 능력 없다”주씨 측은 2022년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특수교사 A씨의 발언을 녹음했다. 녹음에는 A씨가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씨는 이 녹음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녹취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 녹취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검찰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주호민 “대안학교 설립 준비” 내년 개교 목표한편 주씨는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주씨는 지난 6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육 환경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이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 계획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주펄’ 영상 캡처


그는 일반 학교와 특수학교 사이에 놓인 ‘회색지대’ 장애아동 문제를 지적하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은 비교적 무난히 보냈지만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왜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수학교에 가기엔 기능이 좋은데, 일반 학교에선 생활하기 힘든 아이들이 있다. 여기를 ‘회색지대’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아이들이 엄청 많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학부모들과 3년 정도 모임을 이어오며 “이런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결국 ‘그럴 거면 네가 가르쳐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교장은 아니다”라며 “올해 하반기 준비해 내년 개교 예정이다. 학교 문턱을 낮추려면 후원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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