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한국, 러시아 도왔다” 비판…北포로 사과 않고 대러제재 겨냥 [배틀라인]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07 08:15
입력 2026-10-07 08:15

우크라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
‘韓석유품 대러 공급’ 보도 인용 비판

인공지능 도구로 생성한 자료사진. 서울신문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 문제로 한국 정부와 갈등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번에는 한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정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한국산 석유제품이 러시아에 대거 공급돼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빚어진 러시아의 연료 부족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은 6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러시아로 석유제품이 공급됐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대러 제재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했다.


블라시우크 보좌관은 “한국의 대러 석유 공급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정제량이 줄고 러시아에서 연료 부족이 발생한 바로 그 시점에 시작됐다”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사실상 러시아가 자체 정유 능력을 상실한 데 따른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과 주요 수입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러시아 정유소와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시우크의 주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 석유제품이 러시아의 부족분을 메웠다면 한국이 시행해온 대러 제재 기조와 모순된다는 취지다.

그는 엑스(X)에도 별도의 글을 올려 한국의 대러 정책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눠 평가했다.



긍정적인 조치로는 한국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 포괄통제 품목을 확대한 점과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기관 등을 제재한 점을 들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이번 석유제품 공급에 더해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지 않았고 러시아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상당량 계속 구매하고 있다”고 썼다. 또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수입 재개도 검토했다”고 했다.

“연료난 러, 한국서 석유제품 대거 수입…7∼8월 17만t ”가디언은 이날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유조선 7척이 14차례에 걸쳐 울산·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총 17만 6000t이 넘는 석유제품을 싣고 러시아 극동으로 운송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이후 러시아에서 공급 부족이 심해진 경유였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향한 정제유 운송은 서울신문도 지난 8월 독자적으로 추적했다. 당시 해양수산부 항만운영정보시스템(PORT-MIS)을 분석해 LAYLA(라일라)가 7월 19일 울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한 사실을 확인했고, 7월 말 울산에 들어온 ASTORIA(아스토리아) 등 러시아 기국 유조선 3척도 후보군으로 추적했다.

가디언 분석에 따르면 LAYLA는 7월 19일과 8월 10일 두 차례 울산에서 출항해 총 5만 7000t의 경유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했다. ASTORIA는 8월 1일 울산에서 약 1만 1000t의 석유제품을 싣고 일본을 목적지로 신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가디언은 여수 앞바다에서 이뤄진 선박 대 선박(STS) 환적도 추적했다. CHONGCHON(청천)은 8월 초 CELESTE I(셀레스트 I)으로부터 약 2만 6000t의 석유제품을 넘겨받은 뒤 싱가포르를 목적지로 신고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서울신문은 당시 개별 선박뿐 아니라 울산과 러시아 극동 사이 운항 증가도 포착했다. PORT-MIS에서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보스토치니·바니노를 직전 출항지나 다음 목적지로 둔 석유제품운반선 기항은 지난 7월 9회였다. 2024년과 지난해 같은 달에는 각각 1회였다.

北포로 한국행 공개 관련 韓 해명·사과 요구에는 여전히 침묵한국 외교부는 가디언에 한국 정부가 대러 수출 통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대외무역법에 따라 전략물자뿐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1402개 비전략물자까지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했고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운 재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비판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공개를 둘러싸고 한·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로 합의했던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까지 발표했다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까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문제와 한국 정부의 해명·사과 요구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당국자가 이번에는 한국의 대러 제재 정책을 공개 비판하면서 양국 간 갈등의 전선이 석유·제재 문제로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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