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패키지 그대로 베꼈다… ‘짝퉁’ K뷰티 전세계로 확산

김현이 기자
수정 2026-10-07 00:22
입력 2026-10-07 00:22
中서 제조해 국내 역수입
동남아 넘어 美·유럽 등 가품 등장올해만 ‘위조 K화장품’ 4만건 육박
브랜드 신뢰도 저하에 주가 급락도
구다이글로벌 제공·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평소 즐겨 쓰던 K브랜드 메이크업 제품이 국내에서 단종됐다는 소식에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매한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품을 산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제품 케이스에 적힌 브랜드명의 글씨체가 기존 정품과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가품이 확산하는 가운데, 해외에서 만들어진 가품이 국내로 다시 유입되는 ‘역수입’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가품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정품 패키지를 그대로 베낀 ‘데드카피’부터 브랜드명을 교묘하게 바꾼 유사 제품까지 등장했다. 누구나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는 글로벌 오픈마켓 특성상 가품을 사전에 일일이 걸러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외 온라인에서 판매가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4만건에 육박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K뷰티의 인기를 타고 가품의 생산·유통 지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K뷰티 가품이 동남아 등으로 유통되는 데 이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인도·중동 등에서도 가품 유통 의심 사례가 잇따랐다. 해외에서 제조된 가품이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다시 유입되기도 한다.
가품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브랜드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 최근에는 가품으로 의심되는 메디큐브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에이피알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조선미녀를 모방한 가품 선크림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정밀검사에서 자외선 차단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K뷰티 업체들은 직접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미녀 등을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2024년 지식재산권(IP) 전담팀을 신설하고 제조·통관·유통 전 단계를 추적하는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 현지 제조공장을 추적하고, 30여개국 세관에 상표권을 등록해 통관을 차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문업체와 협력해 글로벌 이커머스·소셜미디어(SNS) 내 가품 판매 링크를 실시간 탐지·신고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신고 및 삭제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25%, 31%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에이피알 등도 주요 글로벌 플랫폼의 가품 유통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해외 세관 및 수사기관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개별 기업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K뷰티의 기반인 대다수 인디브랜드의 경우 해외 플랫폼 모니터링이나 현지 제조·유통망 추적에 드는 인력과 비용이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품 근절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이 기자
2026-10-07 B4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