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AI? 우리 마음에 달렸죠”

오경진 기자
수정 2026-10-07 00:18
입력 2026-10-07 00:18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
‘즉문즉설’ 법륜 스님 조찬 강연“삶 변화시킨 AI는 혁명적 사건
기술은 본질적 고뇌 해결 못 해”
도준석 전문기자
“인간이 종말에 이를 만큼 멍청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너무 기대하는 것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시해도 안 됩니다.”
현대인에게 벼락과도 같은 삶의 깨우침을 선사하는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73)의 ‘즉문즉설’이 광화문의 아침을 깨웠다. 6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제74회 서울신문 주최 광화문라운지·서울파트너스 조찬 강연에서 그는 동시대 가장 첨예한 화두인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삶을 주제로 깊은 통찰을 제시했다.
“인류사적으로 봤을 때 AI는 분명 전에 없던 신기술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경험 자체가 처음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정보를 인식하고 저장하며 또 그것을 꺼내어 활용한다. 법륜 스님은 “지식을 두뇌가 아닌 외부에 저장한 최초의 혁명”이었던 문자의 발명을 비롯해 인류 지식의 역사에서 혁명적 사건들을 언급하며 AI 역시 이런 흐름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인간의 삶 역시 크게 변화했다. 그러나 혼란과 격변은 세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 그 자체에 있다고 법륜 스님은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가 당면한 세상을 혼란스럽게 느끼죠.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또 변화하는 속도도 너무 빠르다고요. 그런데 세상은 혼란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늘 그대로 그냥 변화해 갈 뿐인데, 우리가 세계를 이해했던 사유 체계, 세계관으로 지금 변화된 세계가 이해되지 않을 뿐이에요. 세상이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우리의 머리가 혼란스러운 것이죠.”
기술의 발달이 인간에게 효율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밥을 굶지만 않아도 행복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괴로움은 여전하다. 고뇌는 기계가 해결할 수 없다. 인간 스스로 자유로운 결정을 통해 직면해야 한다.
“저는 사람들에게 자기 좋을 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다들 억지로 사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다 자기 좋을 대로 살고 있죠. 그런데 괴롭다면 이 괴로움이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요. 그것이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자유롭게 선택한 대신 언제나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날 강연에서는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바로 해답을 내려주는 즉문즉설도 이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지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자에게 법륜 스님은 “일단 해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는 서양이나 일본을 모방하며 발전했습니다. 항상 모범답안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최첨단에 서 있잖아요. 새로운 길을 찾아야죠. 이럴 땐 실패를 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해보지 않고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개척자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 역시 하나의 데이터로, 자연스럽게 축적하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오경진 기자
2026-10-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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